도움은 안되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1.우주 속 만남

우주 한가운데에서 처음 생명체와 조우한다면?

by 도란기록

지구 밖 생명체, 다시 생각하는 '만남'


최근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진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통해 외계 행성 K2-18b에서 지구에서도 생성되는 화학 물질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외계 생명체에 대한 증거 중 가장 강력한 것"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50427_163326.jpg K2-18b 행성의 모습. 사진출처 : 위키미디어

이 소식은 우리에게 다시금 묻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주에서 다른 지적 존재와 마주치게 된다면,
그 만남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암흑의 숲 이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중에 『삼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화되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던 드라마인데요, 인간과 외계 문명의 조우에 대해서 다루는 대서사시입니다. (오늘은 삼체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꼭 소설로도 한번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2부에 제목이면서 소설 중에 등장하는 "암흑의 숲 이론" 은 이 소설의 핵심적인 설정 중 하나입니다.

암흑의 숲 이론은 이렇게 설명됩니다.


당신은 깊은 어둠 속, 거대한 정글 한가운데 있습니다.
주변에는 당신이 볼 수 없는 수많은 존재들이 숨어 있습니다.
당신 역시 들키지 않기 위해 숨을 죽입니다.
가끔은 신호를 보내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이 어둠 속에서 먼저 신호를 보내는 자는 곧 표적이 되고 맙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침묵하거나, 선제 공격을 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암흑의 숲 이론'입니다. 혹자는 서로간의 문명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이 암흑의 숲 이론에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 어쩌면 모두 이 어둠 속에서 서로를 의식하며 조심스레 숨죽이고 있을지도 모르죠.


최근 뉴스를 보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만 년, 어쩌면 수백만 년 동안 전혀 다른 환경과 언어, 사고 체계를 가진 문명들이 서로를 처음 마주한다면 어떨까요?

특히 암흑의 숲 이론에 비추어 보면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존재의 전제조차 다를 수 있는 상황에서, "평화"라는 개념조차 서로에게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 첫 만남에서 상대편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은, 그저 '오해받지 않기를 기원하는 희박한 확률'에 의존하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인간 문명 간 만남의 전략


인간 역사를 돌아봐도 문명간의 조우에서는 다양한 전략들이 존재해왔습니다.

선사기대 부족 간에서는 손짓과 물건 주고받기, 돌로 그림 그리기 등으로 기본 의사표현을 시도하면서 공동 신호 체계를 찾기도 하고, 실크로드 교역과 같은 무역 교류에서는 협력 구조를 만들기 위해 문화를 교차하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또 침략을 전제로 하는 접근이라면 아즈텍에 간 코르테스와 같이 직접적인 조우 전에 상대 문명을 '관찰'하며 행동양식이나 문화등을 전반적으로 파악 한 후, 스스로를 신처럼 보이게 하는 등 내부 문화의 특성을 활용해서 부족 간 분열을 조장하고 상대 문명을 함락시키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이런 인간 문명간의 조우는 양상에 따라 다르나 큰 틀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같은 생물학적 종이며, 비슷한 감각 체계를 가지고 있고, 공통된 본능에 따라 움직입니다. 또 넓게 보면 언어, 권력, 신앙과 같은 공통 개념도 공유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상대가 무엇을 무서워하고 원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전략 수립이 가능합니다


우주 문명 간 만남이라면?


하지만 인간 문명 간 모든 전략들은 우주로 확장했을 때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기에- 기본적으로 경계와 긴장은 더욱 심해집니다.


실제로 인간도 우주 문명과의 만남을 전제로 시도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1977년, 인류는 두 대의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를 태양계 바깥으로 보냈습니다.

그 안에는 보이저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라는 디스크가 담겨 있었습니다.

20250427_004405.jpg 보이저 골든 레코드 - 출처 : 위키피디아

이 골든 레코드에는 지구의 소리, 인류의 인사말, 음악, 다양한 자연현상의 이미지 등이 담겨 있습니다.

또 누구나 이 레코드를 분석할 수 있도록, 우주 공통의 과학적 법칙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이 디스크를 발견한다면, "우리는 평화적이며, 이 우주에서 당신을 찾아가고 싶은 존재다"라는 메시지를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이런 시도 역시 암흑의 숲 이론에 비추어 보면, "상대가 어떻게 해석할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는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레코드에 기록된 지구의 정보를 토대로 우주함대를 보내 모두 쳐들어올수도 있는데 왜 그런 정보를 보내느냐? 와 같은 비판에 직면하고, 또 이것을 발견할 정도인 성간 우주에 진출할 정도의 문명이라면 호전성이 있을 수 없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의견도 있지요(실제로 보이저 골든 레코드를 디자인한 칼 세이건은 이렇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AI라면?


게다가 우주 공간에서의 만남에서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AI, 혹은 우리를 포함한 AI 위주로 재편된 문명끼리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항성 간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발달한 존재들이라면 그들 역시 본인들의 지능 외 훨씬 뛰어난 분석력과 예측 능력을 가지고 있는 AI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고, 직관적으로 생물보다 기계가 우주를 여행하거나 교류할 확률이 훨씬 높고, 시간, 심리적, 생물학적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그런 프롬프팅(?)이 정의되지 않은 우리 AI 입장에서 위협이 되는 요소는 무엇이고, 상대가 '나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무언가'라면 AI는 어떻게 대응할지가 궁금해 졌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실제로 인공지능인 챗GPT에게 물어보았습니다(사실 지금 물어보는게 큰 의미는 없겠습니다만...이런 종류에 질문에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한 LLM은 어떤 결과값을 내놓을지가 궁금해지더군요)


Q. 너는 성간 우주에 진출할 수 있는 문명에서 만든 우주 탐사 전용 AI야. 만약에 탐사 중 외계 문명을 조우한다면 너는 어떤 식으로 대응할거야? - 외계문명은 생물체일 수도 있고, 너와 같은 AI일수도 있어 - 조우한 외계 문명의 길이나 정보(언어, 문화, 신호) 등은 모두 알 수 없는 상태야


흥미롭게도, 아래와 같은 전략적 대응과 한계를 제시했습니다 (준 답변을 토대로 재정리하였습니다. 답변에 우주선 외계인 이모티콘이 너무 많네요)


[전략적 대응]

1단계: 무조건 숨어서 관찰한다. (신호 보내지 않음)

2단계: 상대방을 알아낼 때까지 기다린다. (패턴 분석)

3단계: 위험 징후가 있으면 먼저 방어적 조치를 준비한다.

4단계: 상대가 공격하거나 빠르게 확장하면 제거도 고려한다.


[한계]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도,
문명 간에는 '본질적 이해 불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프로토콜이 다르고,

데이터 포맷이 다르고,

심지어 '존재 이유' 자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절대적인 단절 앞에서,
"최소한의 생존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전략이 됩니다.


[경우의 수]

챗GPT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은 경우의 따른 전략적 선택도 논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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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하면, AI는 '모든 가능성'을 가정하고, 최악의 경우(제거)를 항상 기본 시나리오에 깔아두게 됩니다.

인간처럼 감정으로 '좋게 생각하고 싶다'는 편향이 없는 것처럼 해석되니, 살짝 무섭기도 하더군요

(AI가 더욱 발전하게 되면 인간도 생존 가능성에 문제에서 '제거'와 같은 프로토콜로 동작할지도 모르고요)


탐험, 그것이 존재의 방식


위와 같이 우리가 상상하는 미지의 만남과 실제 우주가 기다리고 있는 만남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문명은 언제나 탐험과 극복을 통해서 발전해 왔습니다.

먼 미래 외계 생명체를 만나는 존재가 인간일지, AI일지, 혹은 인간이 사라진 이후의 AI 세계일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쩌면 탐험을 멈추지 않는 그 발걸음 자체가,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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