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다림은 시간을 잇는 통로가 된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래 서 있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 사람이 꼭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그런 사람들 중에
다른 걸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다친 새가 날아오르기를
기다린다거나,
다 풀어진 구름이
다시 뭉치는 걸 기다린다거나,
아주 오래전 흘려보낸 말을 누가 주워와 전해주길 기다린다거나.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사람들을 자주 봤다.
길가에 앉아
손바닥을 하늘로 뒤집고 있는 할머니.
마당에서 물뿌리개를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아저씨.
전철 안에서 눈 감고 가만히 미소 짓고 있는 누군가.
처음엔 몰랐다.
왜 저 사람들은 그렇게 오래,
그렇게 조용히 있는 걸까.
뭐가 그렇게 올까.
무얼 그렇게 바라보는 걸까.
나중에 알게 됐다.
그 사람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는 것을.
사라진 말, 흘러간 표정, 잘못 닫힌 문 하나.
다시 돌아올 줄은 모르지만,
혹시라도 돌아올까 싶어서,
틈을 지키며 서 있는 중이라는 걸.
기다림에는 원래 그런 면이 있다.
남들은 시간 낭비라고 하지만,
사실은 다른 시간과
연결되는 통로일 때가 있다.
지금 여기와, 아주 먼 언젠가를 잇는 작은 틈.
그래서 나는 요즘,
길에서 멍하니 서 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버스를 기다리는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지금 이곳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