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단어들: 다정, 틈, 반짝

단어 하나로 마음이 좋아지는 이유

by 띠띠뽕

‘다정’이라는 말은

어딘가에 꼭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우리가 미처 못 본

문 뒤쪽이라든가.
너무 오래 닫아두어서

열릴 줄 몰랐던 서랍 속이라든가.
혹은 아주 느리게 걷는 사람의 주머니 안쪽.
거기쯤.

틈’은 늘 열려 있다.
문과 문 사이,

벽과 벽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틈이 없으면 숨도 못 쉰다.

나는 어릴 적부터 틈을 좋아했다.
그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런데 누군가 말했다.
틈 사이로는 바람만 지나가는 게 아니라고.
아주 오래전부터 틈은

‘누군가’가 오가던 길이었다고.

그 존재들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가끔 무언가를 두고 간다고 했다.작은 돌멩이,

낡은 단추,

이름 모를 씨앗 하나.

아주 가끔은 편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적혀 있는 편지.


‘반짝’은 그 편지를 열어볼 때마다

흘러나오는 빛이었다.
햇살 같기도 하고,

별빛 같기도 한 그 반짝임이
눈을 찌르지 않으면서도 오래 남았다.


나는 그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이 세 단어,
다정, 틈, 반짝.
이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틈 사이로 사라진 존재들은
다정이라는 이름의 무언가를 남기고,
그 흔적은 반짝이는 빛으로 남는다.


내게 좋아하는 단어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다정’이라고 대답한다.
가끔은 ‘틈’이라고 하고,
아주 가끔, 정말 가끔은
‘반짝’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세 단어가
틈 너머 어딘가,
사라진 존재들의 이름이라는 건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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