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잘 참지 않는다

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강아지에게 배웠다

by 띠띠뽕

나는 잘 참는 사람이다.

참을 줄 안다는 말로,

수없이 내 속을 접었다.


화가 나도 삼키고,

서운해도 웃고,

울고 싶을 땐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배운 게 그거라서.

참으면 착한 사람,

넘기면 괜찮은 사람.


"아니… 그게… 괜찮아요."

(물론 괜찮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집 개는 다르다.

산책을 가고 싶으면 현관 앞에 앉아 나를 본다.

한참을. 아주 오래.

그래도 내가 모른 척하면, 작게 짖는다.

안 일어나면, 더 크게 짖는다.

마지막엔 온몸을 던지듯 외친다.


“산책 가자니까. 왜 못 알아들어?”


간식이 먹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간식통 앞에서 기다린다.

눈이 크고 동그랗다.

안 주면 앞발로 툭, 툭, 툭.

세 번. 정확하게 세 번.


"보여? 나 여기 있는데."


기분이 나쁘면 등을 돌린다.

꼬리를 바닥에 딱 붙이고,

아예 고개를 돌린다.


"싫어."

"진짜 싫어."

"너, 지금 나 무시했지."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 당황하고, 그리고… 부럽다.


나는 그 말을 왜 하지 못할까.

싫으면 싫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기다리지 말라고.


개는 잘 참지 않는다.

어떤 날은, 나는 그 애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쪽에서 온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오래전에 잃어버린 말투,

잊어버린 표정,

그걸 아직 잊지 않은 쪽에서.


나는 오래 참고 견디며 살았다.

참으면 착한 사람,

말을 삼키면 어른스러운 사람.


그런데 이 개를 키우면서

그 미덕을 하나쯤 내려놓기로 했다.


가끔은 나도

툭, 툭, 툭.

세 번. 정확하게 세 번.


"그거, 나도 하고 싶어."

"나, 그거 조금 속상했어."

"그냥… 오늘은 안 가고 싶어."


개는 잘 참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참지 않고 말하는 법.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만큼 말하는 법.

늦게 배워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