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축제 #001

01-1. 다시 모여 떠나는 데 걸린 20년의 시간

by 낭만털형

대학 생활의 막바지 거나 사회 초년생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시기, 주머니는 가벼웠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무엇을 하든 다 즐거웠던 것 같다. 별일 없으면 없는 데로 일이 있으면 있는 데로, 돈을 모아서 그날의 메뉴와 주량이 결정되는, 가끔 아르바이트비를 받은 친구가 있어 축제가 찾아오기도. 보통날엔 15,000원짜리 세트(2~3가지 메뉴를 고르는) 하나로 소주 3병, 콜라 2병을 맛있게 비우면 3 만원에 저녁밥까지 해결을 할 수 있었다. 축제날엔 장소가 바뀌어서 날 것의 해산물, 저렴한 가격의 사케를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이상하게도 주머니가 무거워진 지금 보다 더 유쾌한 시기. 어깨도 무거워진 중년의 삶이 마냥 유쾌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건가.


그러던 어느 술자리, 바다가 보고 싶어진 우린 당장이라도 떠날 기세였다. 하지만 차를 운전해 목적지에 가는 게 목표, 우리의 계획을 주말로 이동시켰다. 정해진 건 두 가지뿐이었다. 차를 몰고 가는 거와 경포대 가는 거, 고로 내가 맡은 임무가 여행의 전부가 되었다. 부탁을 하면 대부분 긍정적인 답을 주는 친형의 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문제는 엄마의 잔소리, 못 들은 척하고 여행 기간 동안 운전자 보험 가입을 위해 보험사에 전화를 하려고 하는데, 마음에 도끼가 날아와 꽂혔다. “돈도 못 벌고 있는 게 무슨 얼어 죽을 차야!”, 침대에 누워서 한숨을, 그러던 차에 심심하다고 야밤에 친누나 차를 끌고 왔던 킹무원이 나의 머릿속에서 번쩍번쩍.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만난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의 X알 친구, 재수생 때 친해진 한 명이 합심해서 경포대로 떠났다.


기묘한 일은 누군가를 따라오는 게 확실하다. 지금은 하라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생겨서 황당해하고 있었다. 차키를 차에 두고 차문을 잠가 버린 것(앱으로 차의 시동이 가능한 시대에는 불가능한), 참고로 여기는 대관령 휴게소. 더 당황스럽게 만든 건 여기저기 가족에게 전화를 해도 자동차보험가입자명을 몰라서 누구도 차문을 열어 주려고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꽤 오랫동안 전화를 붙잡고 있던 킹무원은 “그냥 보험사에서 사람 보내 준다네.” 그의 매형이 해결한 거 같아 보였다. 드디어 도착하신 기사님, 아날로그적인 차라 그런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자와 공기주입기를 이용해서 차문을 땄다(열었다는 말보다 적확한). 추억팔이는 여기까지만.


이제는 어렵다고 생각을 했다. 걷지도 못하고 팔에 힘이 없어 휠체어도 나의 의지로 움직이지 못한다. 말도 어눌한 게 의사소통도 상대방이 상황 판단을 잘해야 내가 원하는 걸 이해할 수가 있다. 역시 여행을 가는 건 무모한 도전이다. 알고 있는데 잘 알고 있지만 떠나자는 친구의 연락에 거절을 하지 못했다(이성은 가지 마, 감성이 바다 봐야지). 그렇게 속초를 가기 위한 다섯 명의 톡방이 생겼다.


다시 모여서 강원도로 향하는 데 걸린 시간이 20년이다. 물론 다섯이 알아서 따로따로 적당히 무리를 만들어 함께하는 여행을 즐겼지만 오롯이 다섯이 재결합해서 떠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26년 01월 23일, 마지막 축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