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 축제 #003

01-3. 바다는 그대로, 나는 어디로

by 낭만털형

바다를 보러 왔는데 왜 나는 지금 화장실에 있는 걸까. 어쩔 수가 없다. 숙소에 가기 전까지 참고 버틸 수가 없다고 나온 나의 머릿속 시뮬레이션 예측, 존중을 해야 모두가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고 듣고 먹고, 이런 것보단 적절한 순간에 잘 싸는 거다. 휠체어를 타고 알게 된 불편한 사실이다. 그래도 바다는 반가워, 5년 전에 미모의 여성 두 분과 걸었던 길은 그대로, 나만 변한 거 같아 아쉽다.


삼각대를 세우긴 바닷바람이 기분이 안 좋은 게 그의 의도를 구현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도 고생이 많은 양지랖을 지나가는 여성분이 구세주처럼 도와준다고 합니다만 쉽지 않을 텐데(우리의 나이가 쌓여 어머님 인지 누님 인지, 호칭이 어렵다). 반셔터, 버튼을 절반 정도만 살짝 누르는 동작으로 초점과 노출의 정도를 맞추는, 폰카메라완 차이가 있다. 사용을 안 해본 사람은 우리를 흐린 기억 속으로 안내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그냥 안 보련다. 참~ 성난 바다는 나를 고개 숙인 남자로 만들었다. 괜히 한파가 아닌 아프고 나서 외출한 날 중에 가장 추운 날씨, 다시 캐나다에 있는 말이 떠올랐어, 빌어먹을 진정한 친구?!

잘 생겼어?!


관광지에서 대형 시장을 가긴 휠체어가 반갑지 않다. 의도치 않게 나의 신발이 앞에 걸어가는 사람의 종아리를 건드리고 어쩔 수 없이 눈을 맞추면 서로가 민망해진다. 파도에 휩쓸려가듯이 목적지 없이 계속해서 밀려가는 게, 만약에 셋이서(두 명이 누굴까) 왔다면 이쯤에서 신속하게 차로 갔을 것이다. 아니 오지도 않았어야 할 곳, 계획에도 없겠지. 사실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걸을 수 없어, 그러면 나오지 말고. 게다가 의사소통도, 나오지 말라니까. 나에게 찾아온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도 강원도로 가는 길에 보유한 주식의 일부를 판 수익금으로 한우를 사는 친구도,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관광객을 위한 대형 시장) 대방어를 사는 건 꽝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사는 친구도 있어 나는 오늘도 여전히 살만하다.


숙소에서 보이는 것들

등을 좀 펴려고 하는데 앞으로 밀고 다시 시도를 하고 그러다 또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다. 괜히 자존심이 상하는 건 기분 탓이겠지. 몸이 불편한 사람이랑 같이 여행을 가는 분들을 위해 준비된 객실을 예약한 머신 좋았다. 휠체어가 쏙 들어가는 욕실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좌변기에 앉았지만 강력한 회복 탄력성을 지닌 등받이가 나를 플립폰으로 만든다. 이거 참 난감하다. 구조가 문제인지 상체에서 빠져나간 근육이 문제인지.


우린 다섯 명이에요, 술도 다섯 종류네요. 와인, 사케, 막걸리, 소주, 맥주가 차례로 테이블 위로 올라와서 같이 비우는 건 아니다. 살아오며 쌓인 경험을 토대로 각자 스타일로 주님을 맞이한다.

머신: 낮은 도수로 시작해서 계단을 올라가 듯 높은 도수로 이동해 끝까지 간다.

드래건: 그나마 몸이 받는지 소주토닉만 정해진 량만큼 마신다.

양지랖: 음식과 페어링을 생각해서 마시는 것 같지만 그냥 느낌이 가는 대로 다~

킹무원: 좋아하는 레드와인을 다 비우고 비싼 순으로 접근해서 다~

털형: 빨대로 한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긴 사케가 온몸을 두근거리게 만듭니다.


필터가 제거된 주둥이에 술이 들어가니 모터가 달린다. 낭만과 야만이 공존하던 시절의 경포대에서 헌팅에 성공한 추억, 내 곁에 잠시 쉬다가 행복 찾아 떠난 여인이 속초에 산다는 이야기(내가 3년 안에 멀리 떠나면 그녀에게 초대장(?) 보내라). 그 외엔 글로 남기긴 조금 거시기하니 그냥 시끌벅적거려도 즐겁다로 끝내. 웃느라 고생이 많은 나, 고개를 들고 있는 시간이 줄고. 아뿔싸~ 침이 티셔츠에 착륙한다. 근육이 탈출하면 웃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더러워지는 건 순식간이다. 게다가 음식도 먹고 있어 금방 거지 같아진 나는 그래도 입을 벌리고 있는다. 이유 없이 맛있는 한우로 시작해서 아쉬움이 가득한 대방어로 마무리. 과장을 조금 해서 부위별로 맛을 보면 우럭부터 참치까지 커버가 가능한 대방어, 겨울철에 한 번은 먹었었는데 테이블에 있는 괘심 하게도 우럭만 가득한 두 접시는(기름진 참치는 어디로) 생선계의 소고기라고는 할 수 없다.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려나, 확신하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먹을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은 뭘 좀 먹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