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일상 속으로 #009

09. 운칠기삼이 떠오르고 여유가 느껴진다.

by 낭만털형

난 야구를 좋아한다. 물론 야구 이외에도 웬만한 스포츠는 기회가 있으면 본다. 그중에서 본다는 것도 힘든 스포츠가 야구일 것이다(알고 보면 흥미로워). 일단 규칙을 이해하는 것부터 어렵고 복잡하다. 거기에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이거 너무 정적인데, 오해할 수도 있고. 경기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가볍게 보는 사람들은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대부분의 경기, 정해져 있는 시간이 되면 끝나는 스포츠 보다 길어진다). 또한 (개인적으론) 단체 스포츠 중에 운이 가장 많이 작용하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확률적인 수치,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작전이, 타자를 그냥 베이스로 보내는 게 좋다는 판단도 하고. 정리를 하자면 경기 규칙이 어렵고 정적인데도 경기 시간이 길다. 거기에 운이 필요한 스포츠라.


이런 걸 왜 보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재미로만 따지면 아마도 역동적인 축구, 농구가 훨씬 더 있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좋아, 나의 집, 언제나, 어느 나라, 어떤 종목이든지, 흥미로운 경기를 볼 수 있다(심지어 더 흥미로운 OTT 세상이 열림). 잉글랜드 축구 리그, 미국 농구 리그를 열심히 보고 있는 털형은 몸이 아픈 만큼 이것들이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진지하게 야구를 보고 즐긴다. 던지고, 치고 달린다. 누군가 공을 던지면 누군가는 배트로 친다. 시작은 일대일 승부다. 개인전으로 시작해 단체전으로 끝나는 종목. 혼자서 잘 던진다고, 잘 친다고 승리할 수 없다. 물론 대부분 단체전으로 하는 스포츠도, 일대일 승부에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야구가 독보적인 선수(투수가 더 중요)가 더 필요할 뿐.


본다는 것도 힘들고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을 이해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 공으로 하는 놀이는 공이 지정된 곳을 통과해야 득점이 된다. 야구는 다르다. 공을 수비하는 선수를 피해 멀리 쳐야만 하는, 그리고 달린다. 이 선수가 어떻게든지 집으로 돌아오면 득점이 된다. 집을 나갔던 사람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무언가 찡한 마음이).


이런 과정에서 이런저런 변수가 많이 발생한다. 아무리 타자가 잘 쳐도, 수비수 정면이면 공이 글러브 속으로 들어가 아웃. 잘못 쳐도 공이 떨어지는 위치만 좋으면 또는 수비수의 실수가 나오면 세이프. 운이 작동하는, 가끔 경기를 지배하기도(오타니가 쓰레기를 줍는 이유 중 하나).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감독의 결정은 확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감으로 하는 분도 있지만, 어떤 방법이든 운이라는 건 쉽게 제어할 수 없다.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선수도 있지. 던지는 사람은 공이 타자의 배트에 맞지도 않게 해서 멋지게 아웃을 시키는 삼진, 치는 사람은 수비수가 관여를 할 수도 없게 공을 담장 밖으로 시원하게 넘기는 홈런. 운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쉽진 않지만, 응원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다(삼진과 홈런이란 강력한 무기를 모두 가진 오타니가 대단한).


마지막으로 구기 종목치고 정적이라는 건 경기의 여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지되는 순간이 많아 경기 중, 서로의 수 싸움(감독의 작전, 투수의 구종 선택, 야수 위치의 변화 등)을 읽는 재미, 중간중간에 딴짓을 해도 경기를 쫓아갈 수 있는 여유, 무언가를 먹으며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기쁨.. 아무튼 야구는 흥미롭다.


2026 WBC, 진심으로 대한민국이 마이애미로 가서 우승하길 바란다(우주의 기운이 함께하길). 다음은 언제일지 모른다. 모든 것이 그러하다. 첫 번째 체코와의 경기를 보다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궁금해서 예전에 쓴 야구에 대한 글을 읽고 수정해 보지만 역시나 의미는 찾을 수가 없다. 모든 것이 그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