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감기 하는 여행 #003

03-1. 나는 태국이라고 답을 했다.

by 낭만털형

처음부터 나의 아픔을 진지하게 받아 주는 친구는 둘이었던 것 같다. 사실 나도 믿지 못하고, ‘희귀병이 뭐야, 어쩌라고~’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그들이 중심을 잡아 줬나? 그들과 같이 사는 여자분들도 함께. “하고 싶은 거나 가고 싶은데 있어?” 두 친구 중에 누군가 물었다. 나는 숨을 한 번 고르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국내는 제주도 중문에 있는 호텔이나(허세가 아니라 사연이 있는), 해외가 가능하다면 태국에 가고 싶다.”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였지만 귀담아서 들어준 친구들 덕에 포기하고 있었던 비행기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집 앞으로 나를 데리러 온 머신을 보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이 마지막으로 해외로 가는 유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운이 쉽게 찾아오진 않는다는 건 중년이 되면 쉽게 안다. 머신과 드래건의 배려와 도움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지만 역시 예상처럼 힘든 여정이었다, 물론 난 즐거웠지만~ 그들이 말하길 아버지에게 한 친절, 자식에게 준 관심만큼 털형에게 향했다고, 알아듣기 쉽게 표현을 해주었다. 애정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가 가져다준 의무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마음 덕분에 무사히 완주, 다음을 그려... 기약해 봤지만 중년은 안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배낭과 함께, 후회는 빠르게 찾아 왔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느꼈던 자유로움에 반해 다시 찾은 이곳은 태국이다.

코로나로 인해, 나의 몸 상태 아님 두 번째 방문으로,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처음의 감동은 어디로 갔을까.

마치 첫사랑을 다시 만났을 때 느낌이랄까... 좋으려나? 난 그래도 소소하게 좋았음, 여행이야기입니다. 사랑은 개뿔입니다.

첫날 머물렀던 카오산은 첫 방문, 그때의 자유로운 느낌이 다시 살아난다면 새로운 편에서 적어보기로 하겠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번과 비교해 휭~ 한 카오산 2회 차)

그래서 우리의 여정은 둘째 날로 빠르게 건너가서, 이들과 함께하면 어디를 가나 스벅 한 잔 후에 일정이 시작된다. 물론 조식이 나오는 곳에선(보통 커피도 있음) 건너뛰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나의 기억 속에서는 대부분의 여행에 스벅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좋은 느낌이 가득한 숍에서 받은 타이마사지는 힘이 쫘악 빠질 정도로 몸이 흐물흐물거릴 정도로 정말 좋았다, 가는 길이 힘들어 숍 이름도 잊었지, 지금도 눈에 선한 데 사진이 한 장이 없더라. (입구에 작은 잔디밭, 흰색 SUV 주차, 1층은 통창으로 길이 훤히 보이는)

카오산에서 방콕으로 넘어오는 길, 도심 정체 구간을 만났다. 예약 시간이 다가와서 우리는 고민 끝에 차에서 내리기로 결정했다. 약 30분 정도 걸었더니... 다리를 질질 끌었다는 표현이 맞네~

그렇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그동안 여행을 즐기면서 가본 마사지숍 중에 가장 좋았다는 개인적인 후기. 드래건의 친절함으로(넘어가지 않게 밀착 관심) 무사히 본토에서 받는 타이마사지를 마칠 수 있었다. 질환 때문인지 나만 몸이 축 처져 직원 분의 부축을 받고 안전하게 걸어서 1층으로 내려왔다. (한동안 다리에 힘이 없어~ 고생)


많은 사람들이 찍고 업로드했을 것 같은 리버뷰, 여기는 더 페닌슐라, 수영장이 아름다운 호텔이다.

물을 좋아하는 우리는 어디를 가든 최선을 다해(머신이 다 해줘) 수영장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 조금 더 돈이 들더라도, 다시 일터로 돌아갈 나에게 맡기고 과감하게 써야지, 휴가라면 쓸 때는 써야죠.

(사실 나는 물을 무서워한다. 그러나 물 주변에 누워 있는 걸 좋아하지, 아무런 생각도 없는 상태로)


도심 속에 있는 호텔, 그러나 마치 휴양지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 살짝 놀랐다. (머신의 숙소 선택은 항상 옳다.) 수영하는 사람이 없어서 통대관을 한 건가, 기분 좋은 착각도 하고.

곧 저녁을 겸한 선상 파티가 있어(이 또한 머신이 예약) 수영장은 눈에만 담고 호텔 셔틀보트를 타러 이동합니다~ (무료로 누구나 탑승이 가능한 셔틀)

여담이지만 고작 셔틀보트 타는 것도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했다는 털형, 드래건이 먼저 타서 내가 탑승할 때 혹시라도 꽈당 탕, 그런 나를 붙잡을 수 있게 적절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눈빛 교환 후에 나는 한 박자 쉬고 보트로 점프를 한다. 고작 한 뼘의 틈새를.


머신과 드래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휴양지에서 한 달 살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하고 싶은 것만 많아지는 요즘이다. 2022년 11월, 뒤뚱뒤뚱 걸어서 여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