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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혯살 Sep 30. 2022

올해의 트렌드는 ‘갓생’입니다.

MBC 파일럿 교양프로그램 ‘루틴왕’과 관찰 예능 살펴보기

MZ세대에게 하나의 미덕이자, 따라가고 싶은 트렌드가 된 ‘갓생’

이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을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기 전 나만의 시간을 갖는 ‘나이트 루틴’ 등은 ‘갓생 루틴’으로 여겨지며, 해시태그 ‘갓생 챌린지’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SNS에 인증하는 트렌드가 오래 지속되어 왔다.


MZ세대의 관심 카테고리에서 자기계발 영역은 늘 빠지지 않는다. 특히나 이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알고, 그것을 따라해보는 열정과 열의가 가장 강한 집단이다. 이런 가운데 MBC에서는 최근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루틴왕>이 방영되었다. <루틴왕>은 성공한 스타들의 ‘현재’를 만들어준 일상 속 루틴들을 관찰하며 직접 배워보는 관찰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에서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김아랑 선수가 출연하여 ‘금빛 루틴’을 소개했다. 김아랑은 1년에 한번 주어지는 비시즌이지만 성실한 운동 루틴으로 또 하나의 금메달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처음으로 ‘2022 스케이팅 올스타’ 경기에서 해설위원으로 발탁되어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도전기가 공개됐다. 이어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폴킴의 작사 루틴과 뮤지컬 배우 정성화의 연습 루틴이 2, 3화에 방영됐다. 특히 정성화는 성장을 위해 후배에게 보컬 레슨을 받기도 하고, 안되면 될 때까지 도전하는 ‘모범생’의 면모를 보이며 성공의 이유를 의심없이 납득시켜주었다. 



성공한 관찰 프로그램엔  이유가 있다.


작위적이지 않고 꾸밈 없는 모습으로 현실에서의 공감을 가장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관찰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콘텐츠 장르를 불문하고 ‘진정성’은 시청자들에게 무조건 통하는 흥행 수표다. 이에 일상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많은 관찰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출연진에 따라서 매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워낙 관찰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한 이 시점에, 타 관찰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갖지 못하면 시청자에게 매력적인 시청 동기를 제공할 수 없다. 



싱글족의 라이프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혼자 산다>


대표적인 관찰 예능 <나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꾸밈없이 보여주었다. 혼자 살아서 외롭지만, 또 나만의 삶을 알차게 채워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의 공감하고 위로를 받았다. 나중엔 너무 호화로운 연예인의 혼자 사는 모습이 연이어 등장하며, 오히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프로그램 초기의 정체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여전히 스타들의 리얼한 일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찰 프로그램으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모의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한 ‘ 돌아가는 <해방타운>


<나혼자 산다>가 혼자 사는 싱글 남녀의 생활 모습을 그렸다면, <해방타운>은 누군가의 부모가 된 이들이 부모의 역할에서 잠시 ‘해방’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이다. <나혼자 산다>에 ‘무지개 멤버’가 있다면, 이곳엔 ‘해방타운’ 입주자가 있다. 이들은 사전 제작진과의 만남에서 밝힌 자신의 취향과 요구대로 인테리어 된 공간에서 로망을 실현한다.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아내 또는 남편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라는 사람에 집증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해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하며 온전한 ‘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입주자들은 설레면서도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농구 대통령 허재는 인생의 절반 이상을 농구와 함께 보낸 탓에 정작 살림살이에 많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낯설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정말 농구에 올인했던 그의 지난 청춘이 그려지면서도, 늦었다고 생각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툴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이처럼 <해방타운>은 그동안 싱글족의 관찰 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진들이 모두 기혼자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들의 해방일지를 보면 몸은 해방됐어도 마음은 여전히 가족 걱정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레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고 그들의 고충과 노고를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 리얼한 직장인들의 밥벌이 브이로그 <아무튼 출근>


스타들의 일상 관찰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의 다양한 직장 생활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 역시 MBC의 성공적인 관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 예능프로그램에서 시도되지 않은 유튜브 포맷의 ‘직장인 v-log’ 형식이라는 점에서 참신했다. 


누구나 거치는 서툰 것 투성이의 신입사원부터 베테랑 팀장까지, 출근이 항상 즐겁지만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매번 돌아오는 출근에 책임감을 가지고 또 주어진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해내는 것. 직장을 경험해본 이에게는 확실한 공감을, 직장을 꿈꾸는 이에게는 뚜렷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프로그램은 흥행할 수밖에 없었다.



 

| <루틴왕>만의 차별점은?


이렇게 다양한 관찰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루틴왕>만이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자기계발에 적극적이고 성공한 사람의 습관을 따라하고자 하는 열의가 강한 MZ세대를 타깃으로 스타들의 성공 루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흥미롭다. 그러나 ‘루틴’이 프로그램의 핵심소재가 될 만큼 존재감이 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루틴은 자기관리 및 자기계발의 일환인데, 이는 일상생활이나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나혼자 산다>나 <온앤오프>와 같은 스타 관찰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출연진 섭외가 중요하다. 확실한 루틴이 없거나 또는 직업 특성상 그것이 필요하지 않은 출연진이 출연하게 되면 그냥 타 관찰 예능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등의 다소 진부한 루틴을 소개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 루틴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성공한 스타의 ‘오늘’을 만들어준 스토리가 충분한 루틴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첫 화에 운동선수 김아랑을 섭외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루틴이 중요한 운동선수 직업 특성상 금메달리스트만의 루틴은 사람들이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 만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자신만의 오디션 합격 루틴을 소개한 것도 긍정적이다.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운동선수만큼의 체계적인 루틴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성화는 뮤지컬 배우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신만의 확실한 행동 루틴을 정해두고 이를 실천한다. 캐릭터 분석, 성대모사, 탭댄스 등의 연습도 모자라, 부족한 보컬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후배를 기꺼이 스승으로 삼는 모습은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라는 그의 신념에 확실한 믿음을 준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루틴을 꾸준히 지키는 그의 노력은 직업을 불문하고 베테랑이 되기 위해선 그에 맞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시킨다. ‘루틴왕’에서 드러난 그의 성공의 정당성은 ‘갓생’을 살고자 하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귀감이 되어주었다. 그만큼 정성화의 사례는 성공한 스타들은 모두 합당한 노력과 비결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해당 프로그램의 특성과 매우 부합한다.




<루틴왕>은 3부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률 1.2%의 아쉬운 결과로 완결됐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만약 편성이 된다고 한다면 분명 더 큰 화제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많은 관찰 프로그램 중에서도 <루틴왕>이 갖는 차별점이 무엇일지, 그것을 어떻게 드러낼 지에 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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