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랭킹! 감동적이었던 무한도전 특집 TOP3
“바보도 아니고 누가 웃자고 만든 예능을 보고 눈물을 흘려요?”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눈물을 훔치며) 박명수가 부릅니다. 바보에게 바보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토요일 오후였다. 이른 저녁을 먹고 누워 TV를 보면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마지막 편이 방영 중이었다. 길고 고된 연습이었음을 알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며 시청했더랬다. 기진맥진하여 쓰러진 형돈 위로 재석이 날아올랐고, 마침내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참, 그 장면을 보고 왜 그렇게까지 눈물을 쏟았는지 모르겠다.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고 무모한 도전만 골라하는 그들의 삶이 내 인생에 크게 다가왔다. 사실 레슬링 특집이 처음이 아니었다. 무한도전은 조정, 봅슬레이, 댄스 스포츠 등 어지간한 종목은 다 섭렵하고, 군대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다. 이제는 진실로 궁금해진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무한도전 스태프와 멤버들을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무한도전을 꽤나 그리워했다. 아니 여전히 그리워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켜서일까. 무한도전은 단순히 웃음만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부족해서 최선을 다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용기, 웃음을 위한 살신성인, 자신의 활력이자 행복을 위해 토해내는 간절함, 함께 가는 삶, 인류애, 드라마, 성장 서사 이 모든 게 다 들어있는 복합 예술이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지켜야 할 무언가를 계속 보여주려 노력했기에 예능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무한도전을 통해 인생을 좌우한 굵직한 깨달음을 얻어냈을 것이다. 시사교양도, 책도 아닌 누군가는 오래 보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말하는 그 예능 속에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성자가 꼽은 감동적인 무한도전 회차 TOP3을 선정하고, 그 특집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eYF_ZX7M1f0
검색 한 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편리한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아주 가끔은 촌스럽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끌릴 때가 있다. 그럴 때 꺼내 보는 특집이다. 유명한 초대 손님도, 극적인 반전이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도,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텔레파시로 서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만으로 웃음과 감동을 모두 담아냈다. 옛 여름밤의 감성, 인디 배경 음악, 높은 건물이 자리 잡기 이전의 서울 등 사람들이 이 회차를 기억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는 그중 멤버들의 서사에 주목한다. 텔레파시 특집의 시작은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가시오”라는 지문과 함께한다. 결국 멤버가 함께 쌓아온 의미와 경험, 추억, 마음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던 특집인 것이다. 장소 곳곳에 녹아든 일화, 서로의 의미가 통했을 때의 행복감이 화면 밖으로 흘러나와 시청자에게 닿았기 때문에 해당 회가 더욱 특별했다. 사람 사이의 ‘만남’, 그 풍요로운 의미가 축소되는 요즘이다. 어쩌면 이 특집은 우리에게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 의미, 경험, 추억 그 소담한 것들을 잘 쌓아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6B3ttUa2IQw
무한도전하면 이 무한상사를 빼놓을 수 없다. 애드리브 파티부터 콩트, 정극 연기까지 활용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이다. 그중 <8주년 기념 무한상사, 정과장의 정리해고>가 단연 주목받았다. 정리 해고당한 정과장의 좌절 극복 연대기를 뮤지컬로 풀어낸 특집이다. 무한상사는 믿고 보는 웃음 보장 특집이었기에 얼마나 웃길지 기대하고 봤다. 그런데 마냥 웃기기만 하지 않았다. 자세히 뜯어보면 올라갈 곳 없는 청년세대와 자리를 지키려는 기성세대의 이해관계, 동료보다 내 밥그릇을 챙겨야 하는 처지, 위계적 조직문화 등을 묘하게 비틀며 꼬집고 있다. 균형을 잘 맞춰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유쾌하게 풀어냈다. 레미제라블의 넘버를 개사해 부른 부분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여기서도 보통의 삶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담아내려는 무한도전의 행보를 찾을 수 있다. 너무 웃겨서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다가 천천히 생각하면 뒤통수를 때리는 무언가를 주는 것, 그것이 무한도전의 특기이자 차별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986cRE6mEs
낯선 타지로 한국의 마음을 전한다, 그 의도부터 무한도전만의 따뜻함이 담겨있는 특집이다. 멀리서 일하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 폐쇄적 남아선호 사상으로 딸을 잃어야 했던 엄마의 애통함, 무관심했던 우리네 이방인 등을 한 곳에 모아 담담하게 전달한다. 이 특집은 눈물 참기 내기를 해도 될 만큼 슬픔이 아리게 묻어있다. 세상 모든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삶들이 있고, 작은 삶끼리 서로 사랑하며 버텨가는 인류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특집이다. 무한도전은 특히 반드시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을 쉽고 강력하게 전달하는 데 앞장섰다. 힙합X역사 프로젝트, TV특강, 그리고 이 배달의 무도까지 우리가 무엇을 잊고 사는지 다시 되짚어주고, 소외됐던 사람들을 양지로 꺼내오는 역할을 했다. 웃기지만, 결코 우습지 않은 작품, 이런 지점이 무한도전의 위치였다. 무한도전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 중 하나로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모르는 데 아는 척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프로그램의 모토를 나타내는 말일지 모르겠다. 모를 수 있으니 우리 계속 알아가자고 그렇게 손을 내미는 특징 중 하나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옛 연인을 묻는다면 어떤 답변들이 나올까? 아마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를 지독히 괴롭혔던 나쁜 놈이거나 넘치도록 과분한 사랑을 줬던 사람이거나.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무한도전을 못 잊는 이유는 꽤 타당하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를 외롭게 두거나 소외시키지 않았다. 적당히 보여주고, 깨작거리고, 하는 시늉만 하면서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오히려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여주고, 해내고, 다가와서 잘했는지 의견을 묻고, 그 의견을 받아들여서 나아가려고 했다. 반면에 우리는 어땠는지 반추해볼 때이다. 무한도전의 넘치는 사랑과 열정을 당연하게 생각하진 않았는지, 더 많은 걸 바라고 채찍질하며 높은 기준을 세우지는 않았는지. 어쩌면 무한도전이 그리운 건 그 탓일지도 모른다. 해준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받아서. 무한도전 입장에서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시청자를 사랑했기에 후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묻는다. 프로그램 하나에 쏟아지는 무수하고 숭고한 노력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무한도전만큼 시청자와 가까이 있고, 시청자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는 프로그램은 적지 않나 싶다. 하나의 포맷 안에서도 조금씩의 변화를 도전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내야 예능의 정체기를 잘 넘기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이 추천하시는 무한도전의 감동적인 특집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