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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4. 코로나로 보여준 내 본성

내 옆에서 어떤 백인 아줌마가 크게 재채기를 하였다.

by 줄리아

코로나에 대한 뉴스를 들은 것은 한국에서 한창 일할 때였다. 출근하는 아침, 회사의 엘리베이터 전광판에서 코로나에 대한 내용을 읽었다. 출근하기도 싫은데, 새로운 병이 생겼다는 소리는 그냥 듣기 싫은 상사의 잔소리나 마찬가지로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이번에도 곧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고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 1년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았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그 코로나는 전국을 휩쓸었고, 미국에 올 때까지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에서 코로나 때문에 중국인과 아시아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늘어났다는 뉴스만 간간이 들려왔다.


미국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나는 코로나를 한 번도 걸리지 않았었다. 친구들을 멀리하고, 회사를 제외하고는 다른 곳을 가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의료시스템을 이용하기가 더 어렵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하여 철저하게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했기 때문에 장을 보기 위하여 홀푸드로 향했다.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1년간 살았다고는 했지만, 미국 서부 마트인 홀푸드는 나에게 정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무슨 과일들이 팔레트의 물감처럼 아름다운 색으로 형형색색 잘 정리되어 있었고, 정말 다양한 과일들과 채소가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고기들까지도 무슨 영화 소품처럼 멋지게 진열되어 있었고, 하다 하다 무슨 물까지도 여러 종류로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홀푸드 제품들은 보고만 있어도 살 빠지고 건강해질 것 같았다. 넋을 놓고 이 제품, 저 제품을 구경했다.


그렇게 물건들을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내 옆에서 어떤 백인 아줌마가 크게 재채기를 하였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1년을 보낸 나로서는 당연히 옆에 사람이 재채기를 하면 “bless you”라고 말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몸에 그 매너가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의 재채기를 듣고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bless you”는커녕 재채기를 피해서 움찔하며 옆으로 튀어져 나왔다. 그랬더니 그 아줌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무례하다고나와 내 남편 뒤통수에 대고 우리가 안 보일 때까지 욕을 해댔다.

그 욕의 내용은 ‘너희 때문에 코로나가 생겼는데, 무례하게 지금 나를 피한 거냐.. 어쩌고 저쩌고..’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아주머니가 굉장히 화가 많이 나셔서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피하느라고 정확하게 듣지는 못하였다. 사실 그 아주머니의 말도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고,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미국에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양에서 온 사람이라고 해서 코로나의 원인이라고 말한 것은 뉴스에서나 듣던 아시아인 혐오 발언이긴 했다.

그래도 아주머니의 재채기 한방에 코로나 한 번 안 걸리겠다고 그렇게 내 몸을 사린 나 스스로가 창피했다. 미국에 와서 멋지게 ‘나도 너네의 매너를 안다’고 보여주고 싶었었다. 그 대신 나도 모르게 코로나를 안걸리겠다고 그렇게 내 본보습이 나왔다는 사실이 내 뒤통수에 대고 저주를 퍼붓는 그 아주머니의 고함과 외침보다 더 창피했다.


패서디나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조각상에 씌워진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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