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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3. 공포의 패서디나

그놈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나의 상상력을 매일 밤 자극했다.

by 줄리아

"바스락 바스락..”

새벽동안 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밖과 나와의 경계라고는 겨우 유리창 하나가 전부인 이곳. 파사데나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사진으로는 굉장히 멋져 보였던 곳이었다. 하루 25만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해서 렌트하였다. 막상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 보니 정말 사진과는 유사했다. 문제는 사진이 내부만 찍어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방의 외부는 차고를 개조한 것처럼 앙상했고, 바람만 세게불면 언제든 휙 쓰러질 것 같았다. 현관문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누구든지 들어오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유리창을 깨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하필.. 내가 미국 오자마자 재밌게 보기 시작한 티비 프로그램이 미국판 “그것이 알고 싶다”로 미국의 온갖 살인 사건을 다루는 쇼였다. 시차 때문에 저녁에 잠도 안 오는데, 살인사건 티비쇼를 주구장창 보아서 그런지 나는 밖에서 나는 소리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바스락, 바스락”

“오빠, 일어나 봐..”

“왜~”

“아 저 소리 안 들려?”

“뭐 쥐가 사나 보지.. 그냥 자 얼른”


그놈에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나의 상상력을 매일 밤 자극했고, 나는 침대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나는 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분명 홈리스가 우리 건물 바로 옆에 와서 자리를 펴고 활동하는 소리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그 홈리스 또는 누구든 저 가냘픈 현관문을 사뿐히 부수고 들어와 우리에게 총을 겨누는 상상을 계속했다. 그럴 때는 어디로 나는 숨어야 하는지, 남편은 어디에 피신시킬지를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계산하고 계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상상력에 기름을 부어주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패사디나의 숙소에 있던 2021년 7월은 코로나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였다. 그 당시 미국에도 자가격리 규정이 있었다. 그 규정을 준수하는지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우리는 파사데나의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위하여 밤낮으로 나가지 않았다. 며칠간 그렇게 방하나도 없는 그런 작은 공간에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낮에는 유리로 되어 있는 그 작은 집의 블라인드 등을 모두 열어두고, 그나마 창문 밖을 쳐다보는 것으로 답답함을 해소했다.


며칠 후, 블라인드 등이 하나도 쳐있지 않은 그 유리창으로 우리를 본 어떤 남자가 유리로 된 현관문을 치면서 갑자기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문고리를 잡고 돌리고, 문을 쾅쾅 치는 등의 행동을 했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그곳에서 그 사람이 그러고 있는 것을 집 안에서 겁에 질려 바라보며 나는 드디어 미국 TV쇼에서 봤던 그 살인사건이 나한테도 일어나는가 보다.. 싶어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남편이 문은 열지 않고, 집 안에서 말했다.


“무슨 일이야? (물론 영어로 말하긴 했다)”

“나 여기 숙소 예약했는데, 여기가 리셉션 아니야?”


집주인이 이 근처에 다른 숙소를 또 렌트한 것 같았다. 열심히 문을 부스려고 한 그 남자는 우리가 안에 보이길래 와서 문을 치고 들어오려고 했다고 했다. 안에 빨래를 널어두고, 살림살이 한가득 있는 이 방을 보면서 그 인간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가 리셉션이라고 생각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새벽에 단 30분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숙소에서 묵었던 마지막 날, 집주인이 그 근처에 사는 동물? 쥐?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잡는다고 작업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하려면 진작에나 할 것이지.. 이제 숙소 옮기려는데.. 진짜 새벽마다 공포에 질려서 괴로웠던 기억에 다시는 에어비엔비로 이런 곳은 렌트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IMG_8832 2.HEIC 낮에는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 현관문이지만, 저녁에는 공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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