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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8. 에이미의 거짓말

미국에서 아파트를 렌트하기 위하여는 정말 많은 증명이 필요했다.

by 줄리아

미국에서 아파트를 렌트하기 위하여는 정말 많은 증명이 필요했다. 우리는 1) 월세 2개월 치를 deposit으로 지급하고, 2) 월세 3개월 치 이상의 우리의 계좌에 있다는 증명을 하였으며, 3) 우리의 직장과 소득 수준을 증명할 서류를 제출했다. 하루하루 LA 다운타운 호텔에서 열심히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하고, 팔라조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 팔라조로 이사 가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하여 LA에서 유명하다는 게티센터에 그림을 보러 갔다.


오랜만에 그림을 보면서 감상을 해야 하는데, 팔라조 계약 과정에서 더 필요한 서류의 리스트를 보내주겠다고 말했던 팔라조의 오피스 직원인 에이미가 몇 일째 소식이 없는 것이 이상했다. 그 찜찜한 기분으로 그림을 보려고 하니, 도저히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게티센터에서 에이미가 근무하는 팔라조 오피스로 전화를 해보았다. 전화를 받은 에이미는 자신이 이미 우리에게 그 리스트를 보냈고, 우리가 소식이 없어 더 진행이 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리스트를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내가 싫어하는 다운타운의 호텔에 비싼 돈을 지급하며 팔라조에 이사하는 날만을 기다리던 나로서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분명 그 리스트를 받은 적이 없었다.

메일 목록 등까지 모두 캡처해서 네가 보낸 적이 없어서, 현재까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나는 답했다. 에이미는 정말 천연덕스럽게 나는 너희한테 보냈고, 너희가 그 목록에 따른 서류를 보내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이어나갔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 거짓말을 사람들을 만나는 봤어도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아직 팔라조의 아파트 렌트 계약서를 받은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우리의 아파트를 채갈까 봐 나는 정말 패닉상태로 에이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나도 내가 영어를 이렇게 잘하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문제는 그때 이후로는 다시는 그렇게 영어가 나오지 않는다). 멋진 보금자리에서 지내는 줄 알고 그렇게 기대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아파트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온갖 영어가 방언처럼 터져 나왔다.

그렇게 따지고 메일 리스트 등을 보여주면서 받은 적이 없다고 몇 차례나 항의를 한 끝에 마지막 추가 서류 리스트를 받아냈다. 너무 사소한 거짓말을 계속해서 당당하게 하고 있는 에이미를 상대하며 예전 고등학교 시절 만난 시골의 미국인들이 생각났다. 그때 당시, 미국인들은 참 착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에이미와 이런 트러블이 있고 나니 미국이건 한국이건 도시에 오면 정말 온갖 사람들이 더 많이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고, 예전 내가 살았던 일리노이주의 시골 옥수수밭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의 매니저한테 다시 직접 연락하여 중지되었던 계약 절차를 다시 재개하여 결국 팔라조로 이사는 하였지만, 그 에이미의 거짓말로 인한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IMG_9056.HEIC 에이미와 통화하다가 열받아서 뛰쳐나간 게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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