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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13. LA에서의 우리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내 기억 속에 LA에서의 우리가 있다.

by 줄리아

차를 사고, 집도 안정되기 시작하자, 이제 LA 생활이 더 이상 여행이 아닌 일상생활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말마다 집 바로 옆에 있는 타르핏 뮤지엄이나, 낙마를 갔고, 심심하면 그로브몰에 갔다가 맞은편 홀푸드에 가서 장을 보고 왔다.


IMG_9324 3.HEIC 그로브몰에서 사 먹었던 음식. 남편은 맛없다고 엄청 싫어했다.

타르핏 뮤지엄은 공원이 일부 있었고, 옆에는 뮤지엄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타르핏 뮤지엄에는 타르로 되어 있는 웅덩이에 빠진 공룡 등의 화석 등을 보관하고 있었고, 실제로 공룡의 뼈 등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을 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유리창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가장 신기한 부분은 사실 돈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타르핏 그 자체였다. 뮤지엄은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이 타르핏은 공원의 일부이기 때문에 무료로도 볼 수 있었다. 정말 자주 갔던 타르핏은 그 근처만 가도 이상한 석유 냄새가 났다. 너무 신기해서 LA에서도 석유가 나는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미국 변호사 시험을 위한 법조윤리시험(NY주는 변호사 시험뿐만 아니라 법조윤리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을 보러 가는 길에 석유를 시추하기 위한 시설들을 보고 그 타르 핏에 있는 것이 정말 석유가 맞았구나.. LA는 석유도 있구나.. 싶었다.

IMG_9400.JPG 타르냄새가 너무 강해서 정말 신기했다.



이 타르핏 바로 옆에 위치한 것이 락마(LACMA)였는데, 아마 내가 LA 있으면서 그로브몰 다음으로 자주 간 공간이었다. 락마에서는 여름에는 야외에서 클래식 음악 등의 연주회가 있었고, 특히 캘리포니아 거주자라면 오후 3시 이후에는 무료로 입장이 되어서 오후 3시가 넘어간 시간 심심하면 악마로 직행했었다.

락바에 전시된 많은 미술품을 보면서 내가 잊고 있던 나의 미술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남편한테도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미술에 대한 지식은 없고 오직 흥미와 열정 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거 멋지지 않아? 오우~ 이거 비싸겠는데?” 이런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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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LA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갔던 곳이 바로 그로브몰이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여기저기 TV예능에서 보니 시장이라고 계속 소개되는 것 같은데.. 솔직히 여기는 시장이 아니다. 고급스러운 상점들 옆에 이름만 “famer’s market”이라고 하고 그냥 이것저것 잡다구리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 실제 LA 다운타운 근처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 등을 가면 상인들이 자신들이 키운 작물 등을 가지고 장이 열리는 때만 나와서 파는데, 여기는 그냥 백화점 상설 매장처럼 음식점이랑 상점들이 작게 밀집되어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관광객도 많고,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나는 이곳이 너무 좋았다. 주말마다 오후에 광장 같은 곳에서 노래도 불러주고, 배고프면 그 파머스마켓에 가서 하나씩 음식을 사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씨즈캔디에 가서 캔디를 사면 맛보라고 초콜릿도 남편과 나에게 하나씩 줘서 그 초콜릿을 하나씩 먹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보면 반나절이 지나있었다. 영화관, 백화점, 음식점 등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이곳에 밀집되어 있었다. 특히 시즌별로 팝업도 하고, 재밌는 볼거리가 많이 있었는데, 넷플릭스에서 팝업행사를 하거나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에 맞는 데코레이션이 되어있어 볼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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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로브몰만 보느라 그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였는데, 그로브몰 반대쪽에 있는 트레이더조를 가던 길에 정말 맛있는 도넛집을 찾게 되었다. 사이드카 도넛으로 방금 구워주는 도넛을 먹으면서 커피 한잔을 마시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도넛을 정말 싫어하는 남편도 사이드카 도넛은 정말 좋아할 정도로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IMG_0380.HEIC 사이드카 도넛 맞은편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맛집. 아이스크림이 맛있었지만 가격이 후들후들했다.

(커피, 음식점) 팔라조가 위치한 지점은 정말 가까운 곳에 모든 핫한 것이 많이 있고,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기 때문에 굉장히 생활하기가 편리했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커피숍은 우리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Neighborhood라는 커피숍인데,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핫해 보이는 분위기가 좋아서 남편과 산책을 나가거나 조깅을 할 때면 반드시 여기서 커피를 사 오게 되었다. 사실 여기 커피가 맛이 있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냥 분위기가 좋고, 거기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핫해 보여서 핫한 커피숍인가 보다.. 하고 계속 사 먹었다.


그리고 그 커피숍 바로 옆에 시카모어 키친이라는 곳이 바로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음식점이다. 여기는 음식도 정말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다. 여기서 그래놀라를 팔았었다. 나의 베프가 왔을 때 그래놀라를 사주면서 나도 하나 사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다음부터 여기 갈 때마다 그 그래놀라를 사 왔다.


내가 자주 애용하였던 빵집은 유대인 빵집이었다. 우리의 집 바로 한 블록 앞부터 주변이 유대인들의 거주지였고, 근처에 유대인성당? 이 존재하였기 때문에 유대인 복장을 한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유대인 빵집에 가면, 영어가 아닌 유대어? 이상한 언어를 대부분이 하고 있었고 머리모양과 옷차림도 미국인이 아닌 유대인복장을 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빵이 맛있기도 했지만 굉장히 저렴했다. 살벌했던 LA 물가에 비해서 그 집 빵만 너무 가격이 저렴해서 조금 이상할 정도였다.


주말마다, 주말이 아니어도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나와 남편은 주변을 뛰어다녔다. 우리 집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뛰면 영화에서 볼 법한 대저택들이 나오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나중에 은퇴하면 저런 집을 사서 여기서 살고 싶다고 남편에게 늘 말했다.


나는 사계절 내내 화창하고 비가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의 날씨를 너무도 사랑했다. 홈리스가 있어도, 너무도 살벌한 물가에 장을 보고 나면 남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어도, 나는 LA 날씨 그 자체 하나로만으로도 나중에 이곳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남편과 뛰어다녔던 그 대저택이 늘어선 그 길과 유대인들이 살았던 그 집들이 모여있는 길, 내가 좋아하던 커피가 있던 커피숍과 그로브몰 등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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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내가 기억하는 그 모든 공간들이 변하겠지만, 내가 있었던 그때의 LA의 그 공간들은 내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그리고 젊고 즐거웠던 나와 남편이 있다. 불가능한 것은 알지만 정말 가능하다면 단 한 달 만이라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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