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Part 1] 14. 조슈아트리에서의 밤

by 줄리아

집도 안정되고,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이 무섭지 않은 수준이 되었다. 지난번 한국인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조슈아트리와 요세미티를 방문한 것을 자랑하는 것을 들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분이 그동안 어디 어디를 다녀왔냐고 나에게 물어봤을 때, 나는 부끄럽게도 집 근처를 걸어서 돌아다닌 것을 제외하고 다닌 곳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여행담을 재미있게 말하는 것이 내심 부러웠다. 그래서 미국의 국립공원 중 LA에서 가장 가깝다는 조슈아 트리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푼 마음으로 아침부터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뭐가 필요할지 몰라서 홀푸드에서 코코넛워터를 하나 사서 준비해서 출발했다.

조슈아트리는 가는 길도 복잡하지 않았다. 운전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나는 가는 길이 예상외로 굉장히 쉽고 직선으로 쭉쭉 뻗어 있어 정말 행복했다. 도착하자마자 비지터센터 근처의 커피숍에서 커피를 하나 사들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IMG_9906.JPG



남편은 처음에는 여행을 떠나는 것을 싫어했지만, 조슈아트리에 도착해서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흡족스러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슈아트리는 마치 어린 왕자 소설에서 나오는 배경과 같았다. 신기하게 생긴 선인장들, 그리고 거대하고 둥근 바위들까지.. 해가 쨍쨍 비춰서 굉장히 더웠지만,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에 지칠 줄 모르고 걸었다.

트레킹을 하는 코스는 하나가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10분 걸으면 몸져눕던 나는 미국에 와서 그런지 아니면 일을 안 하고 맨날 놀아서 그런지 걸어서 30분이 넘어도 아주 쌩쌩했다.

신기한 풍경과 신기한 나무가 보이면 남편한테, “이거 봐봐” “이거 봐봐”를 연달아 외치며 남편의 관심을 촉구했다.

IMG_9909.JPG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스타 사진도 한번 남기고 싶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남편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인스타 사진처럼 팔을 한쪽을 쭉 뻗고 다리도 모델처럼 쭉 늘려서 사진을 찍고 나니 나도 인스타 핫피플이 된 느낌이었다(내가 느낀 느낌만 그렇고, 실제로는 그냥 만세한 아줌마 사진처럼 나왔다).


낮에는 그렇게 사진도 찍고, 유부초밥도 먹고 하이킹을 열심히 한 후 석양을 잘 볼 수 있다는 포인트로 가서 석양을 기다렸다. 석양을 기다리면서, 너무 멋진 공간에서 이러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의 기회를 받아온 나의 남편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고마움은 정말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남편과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조슈아트리에 가기 전에 미씨 USA라고 한인 커뮤니티에서 읽은 글에 따르면, 별을 잘 보려면 사람이 없고, 자동차 불빛이 없는 곳에 가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석양이 진 후,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 그곳에 파킹을 하고 별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은 어둑어둑해지자 너무 무서웠다. 나와 남편을 제외하고는 보이지가 않는데, 심지어 주변에서는 알 수 없는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걱정과 나의 생명에 대한 열망은 다시 한번 강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남편에게 ‘저 울음소리의 출처는 분명 코요테인 거 같다. 빨리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남편은 "무슨 요즘 세상에 코요테냐.. 말이 되냐.. 네가 너무 예민하다. 제발 자리 잡은 데서 조용하게 별을 보자"라고 했다.

아무리 침착하려고 해도, 무서워서 별이 보이지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코요테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남편을 계속 들들 볶아서 결국 사람들이 많은 파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람들이 많은 파킹장은 코요테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차들이 파킹하는 소리, 파킹되어 있는 차가 다시 나가는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별도 비교적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정말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어서 행복했다. 사람들의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들이 나에게 이렇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별이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행복했다.


나는 내가 이렇게 자연을 좋아하는지 몰랐었다. 베프들과 제주도에 가면 맛집만 같이 가고 한라산이 올라가기 싫어 먼저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하던 나였다. 부모님의 성화로 산에 같이 갔다가도 왜 나를 데리고 왔냐며 화를 내고 울고 불고, 하도 난리를 쳐서 아빠도 나를 포기했었는데.. 그 넓은 자연에서 반짝거리는 별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일들을 자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IMG_9897.HEIC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마음을 먹었다. '앞으로 미국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이런 국립공원 등은 정말 많이 가봐야겠다'라고.. 내가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 중에 가장 값진 경험이 바로 한국과는 다른 이러한 자연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조슈아트리를 다녀온 후에 바로 국립공원 패스를 사서 다음은 어디를 갈지를 남편과 구상하기 시작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Part 1] 13. LA에서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