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지니어, 도전, 항공
“움직일 때 비로소, 인생은 방향을 가진다.”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오래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을 인생의 목표처럼 여겨왔다.
한 번 취업하면 묵묵히 버티며, 회사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
그래서인지 공무원, 공기업, 그리고 군의 부사관 같은 안정된 직업은 늘 인기다.
특히 항공업계처럼 구조조정이 잦은 산업에서는 더욱 그 안정성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인 직장이, 과연 인생의 최선일까?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굵고 짧게 살 것인가, 가늘고 길게 살 것인가.
결국 정답은 없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각자의 몫일뿐이다.
나의 선택은 분명했다.
나는 ‘경험하는 삶’을 택했다.
그게 불안하더라도, 그 불안을 감당하고 얻는 자유가 나에겐 더 소중했다.
스무 살 중간, 몇십만 원을 들고 떠난 배낭여행
돈이 없다고 주저하지 않았다.
있는 만큼만 쓰기로,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이 느끼기로 마음먹었다.
단돈 몇십만 원을 들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만 원짜리 숙소 대신 버스터미널의 나무 벤치에서 쪽잠을 자며 아침을 맞았다.
그렇게 나는 세상을 보았다.
좁은 방 대신 넓은 하늘 아래에서, 세상은 나를 한껏 껴안아주었다.
떠나고, 부딪치고, 다시 일어났다
잘 다니던 첫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그 이후로 30년 동안, 나는 세계의 대형 항공사 4곳을 거치며 살아왔다.
그 안에 수많은 고난과 사연이 있었다.
사표를 내던 날의 불안, 낯선 나라의 언어, 이해받지 못한 날들.
그러나 위기마다 한 걸음씩 오르며, 삶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느꼈다.
안정 대신 선택한 움직임은 내게 더 넓은 세상과, 더 깊은 나 자신을 안겨주었다.
머무는 삶도 좋다, 하지만 움직여야 보이는 것이 있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아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나름의 안정과 평화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나는 나답게 살았다는 것이다.
나에겐 움직이는 것이 곧 살아 있는 증거였고, 그 안에서 삶은 더 뜨겁게 뛰었다.
우물 안에서 보는 하늘은 분명 작다.
그러나 그 안에 오래 머물면, 그 작디작은 하늘이 전부인 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움직여라. 그래야 더 많은 세상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공항으로 걸어서 출근을 하며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세상을 향해 한 발 더 내딛는다.
움직일수록, 내 삶은 더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