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지니어, 출장, 항공
“예정에 없던 비행이 때론 삶의 리듬을 바꿔놓는다.”
며칠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미스터 진, 하루만 더 웰캠프 공항에 와주시겠어요?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새 소유주가 몇 가지 항목을 점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것만 확인되면 끝날 겁니다.”
그렇게 나는 작은 배낭 하나에 티셔츠 한 장과, 공항 출입증을 챙겨 비행기에 올랐다.
시드니 공항은 폭우로 가득했고, Q400 항공기는 먹구름을 뚫고 한 시간 반을 날아서 프로펠러의 굉음과 함께 웰캠프 공항에 착륙했다.
비 오는 활주로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 출장은 단순한 연장이 아니란 예감이 들었다.
고요한 공항, 둘 뿐인 작업
공항에는 브리즈번에서 두 시간 반을 운전해 온 메카닉, 웨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굿모닝, 웨이드. 워크오더 받아왔죠? 공항 안으로 들어갑시다.”
직원이 게이트를 열고, 우린 텅 빈 공항 사무실로 들어갔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책상에 앉아 새로운 항공기 소유주가 요청한 항목들을 검토했다.
중요도 순으로 오늘의 업무를 재정리하고, 곧바로 GPU 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공항의 장비 정비사가 도착했지만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근무자가 두 명뿐입니다. GPU는 월요일까지는 손볼 수 없겠네요.”
시간을 더는 흘려보낼 수 없었다. 결국 APU를 켜고 점검을 이어가던 중,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미스터 진, 어제 보낸 워크오더 모두 캔슬됐습니다. 이메일로 새로운 작업 지시서를 보냈으니 확인해 주세요. 이번 주 중으로 가능하신 날짜를 알려주세요.”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내일부터 휴가지만, 이미 이곳에 와 있으니 이틀 정도는 더 가능합니다. 호텔 예약만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예정에도 없던 삼 일간의 퀸즐랜드 체류가 시작되었다.
텅 빈 활주로, 낯선 일상의 여백
주말의 웰캠프 공항은 더욱 고요했다.
토요일, 공항엔 단 한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다.
오후 한 시, 우리는 사무실로 돌아와 준비해 온 점심을 데우려던 찰나였다.
“미스터 진, 전 오늘 두 시까지 근무입니다. 이후엔 공항엔 아무도 없어요.”
“우린 아직 할 일이 남았는데요. 그럼 두 시까지 나가야 하나요?”
“꼭 그렇진 않아요. 일이 끝나기 한 시간 전에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근처에 사는 직원이 나와서 게이트를 열어줄 거예요. 단, 그 직원이 출동하면 회사에 출장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하하하.”
그렇게 우리는 단 한 대의 B777 항공기와 텅 빈 공항, 적막한 활주로에 남겨졌다.
오후 다섯 시까지 작업을 마치고, 공항 직원이 올때까지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평온과 변화가 공존하던 시간
셋째 날, 다행히 활주로엔 생기가 돌았다.
퀸즐랜드 정부의 응급 헬리콥터 한 대, 그리고 플라잉 닥터용 터보 프롭 항공기 한대가 오갔다.
마치 오랜만에 잠에서 깬 듯한 공항.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서편 하늘 너머로 지는 해를 뒤로하고 Q400에 다시 올랐다.
시드니로 향하는 귀향길, 이번 출장의 목적은 일이었지만, 마음은 잠시나마 비워내는 여행이었다.
예정에 없던 사흘간의 출장. 고요한 시골 공항에서 나는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