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항공엔지니어, 직업
나는 어릴 적부터 항공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자란 사람이 아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내세울 것 하나 없이 조용한 시골 어촌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돼지에게 먹일 사료를 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곤 학교에 가서 또 하루를 견뎌냈다.
어느 날, 가족을 따라 도시의 한 구석 빈민가로 이사했다.
그곳은 내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매일매일이 힘들고, 앞날에 대한 희망도 없었다.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사치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런 삶을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고, 그동안 멈췄던 공부를 다시 붙들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바로 항공 엔지니어가 되는 것.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군대도 다녀와야 했고, 국내 항공사에서 경력을 쌓으면서도 늘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외항사로 옮겨 메카닉에서 엔지니어로 성장하기 위해 낮에는 고된 근무를, 밤에는 독서실에서의 공부를 하며 견뎌냈다.
수많은 밤이 지나고 마침내 나는 항공 엔지니어라는 꿈을 이루었다.
나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그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교육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또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는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었다.
“찾으면 길이 있겠지.”
운이 좋게도 해외 두 항공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고민 끝에 호주를 선택했고, 아이들은 낯선 땅에서도 씩씩하게 적응했다.
큰 아들은 영국에서, 작은 아들은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아들의 영국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두바이로 가서 근무하며 많은 경험도 하고 동료들과 즐거운 추억도 만들었다.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내게 값진 배움이었다.
그리고 다시 호주로 돌아와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그동안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내 인생에 있어 어느 순간도 구체적으로 계획한 적은 없다.
그저 막연히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묵묵히 살아왔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을 뿐이다.
미래는 결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지금 당장의 현실이 아무리 어렵고 절망적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린다.
멜버른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창밖에 펼쳐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꿈꾸고,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