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항공 엔지니어, 기회
멜버른에 또 내려와 근무 중이다. 이제는 내가 시드니 사람인지 멜버른 사람인지 구분이 모호해졌다. 비행기를 타고 이 도시 저 도시를 오가다 보면, ‘사는 곳’보다는 ‘일하는 곳’이 나를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고, 또 좋은 자리들도 많다. 이미 직업을 갖고 있다 해도, 사람들은 더 나은 기회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준비하고, 도전하고, 또 실패하고 다시 시작한다. 그 여정 속에서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우리 회사에 항공사 정비 경험이 많고 인성이 괜찮은 메카닉이 한 명 있다. 일할 때 적극적이고 성실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몇 달 전 그는 모 항공사의 메카닉 포지션에 지원했다. 나도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우연히도 그 항공사의 스테이션 매니저는 내 오랜 친구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업계에서 함께 일해 왔고, 덕분에 이번 채용 과정의 뒷얘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진, 너희 회사 메카닉 지원했더라? 경력 괜찮아서 최종 인터뷰 리스트에 넣었어.”
“잘 됐네. 일 참 잘해, 그 친구.”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어느 날 그 친구와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최종 결정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결정 났어. 너희 회사 메카닉은 불합격시켰어.”
“왜? 인터뷰를 잘 못했어?”
“ATA 챕터 기본 질문을 몇 개 했는데, 하나도 제대로 답을 못하더라. 정비 경험은 좋은 것 같지만, 매뉴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너무 부족했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도 당장 그 메카닉에게 결과를 알리지 않았다. 공식적인 통보가 먼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며칠 후, 그가 조용히 내게 말했다.
“불합격이래요. 질문 몇 개 제대로 못 대답했거든요. 뭐, 어쩔 수 없죠…”
그의 표정엔 실망이 묻어났지만, 받아들이려는 담담함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왜 떨어졌는지 알고 있어?”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줬다.
만일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준비도 그만큼 철저해야 하지 않을까. 면접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이기도 하다.
안타깝지만, 결국 모든 결과는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과정 속에서 배운다면, 실패도 결코 헛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