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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병, 마음 한 모금

행운, 항공 엔지니어, 항공

by 미스터 엔지니어

새벽 4시 반.
알람 소리에 눈을 비비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도 멜버른으로 향하는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집에서 전철역까지는 딱 두 정거장 거리. 오전 6시 출발이라 첫 기차를 놓치면 안 된다.

전철역 플랫폼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대부분은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들 나처럼 하루의 시작을 준비 중이었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고 가방을 부쳤다. 아직 5시 10분.
공항은 첫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이미 분주했다. 몇 안 되는 열린 식당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섰고, 나는 줄이 없는 작은 베이커리에서 크로와상 하나와 따뜻한 차 한 잔을 사 들고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비행기 보딩 시간이 다가왔다. 탑승구에서 줄을 서며 승무원에게 티켓을 건넸을 때, 뜻밖의 말이 들려왔다.


“물 한 병 드릴까요?”


순간 망설였지만 자연스럽게 “네”라고 대답했다.


“자리가 어디시죠, 미스터 김?”
“아, 네. 7B입니다.”


그렇게 500ml 생수 한 병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왜 갑자기 물을 공짜로 주는 거지?’


호주의 저가 항공사에서는 물 한 잔도 무료가 아니다. 기내에서 물 한 병을 사려면 5달러나 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공짜였다.

생각해 보니, 오늘 나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항공편의 도착을 핸들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나를 조종사로 착각한 걸까?
아니면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마주친 ‘동료’에게 건네는 조용한 연대의 표현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작은 물 한 병이 내게 전한 건 단순한 수분 보충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따뜻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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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늘 하루는 물 한 병으로 시작되었고, 그만큼 더 가볍고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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