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지니어, 결정, 항공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하늘은 고요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고, 그토록 분주하던 공항도 조용히 숨을 고르던 시간. 유도로 위를 바쁘게 오르내리던 항공기들은 정지했고, 탑승구에는 고요한 정막만이 남아 있었다. 활주로를 지배하던 소음은 사라지고, 철새 같은 항공기들은 지상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하늘이 열렸다.
안개가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터미널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어느 아침. 다시 공항은 살아났고, 활주로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항공기들이 길게 줄을 선다. 멀리서 바라보면 그것은 마치 미래로 떠날 준비를 마친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대 한 대, 거대한 엔진을 달고 있는 이 거대한 금속 덩어리들이 이제 활주로를 달려 곧 하늘로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움직임 뒤에는, 아무도 모르는 긴장과 분투가 존재한다. 특히 항공기가 출발하기 전 마지막 30분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도 치열한 시간이다.
“엔지니어, 어떻게 할 건가요?”
지상조업 중 사소한 실수로 항공기 외부에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고, 출발 직전 항공기 시스템에 경고 메시지가 뜰 수도 있다. 심지어 승객 한 명의 건강 문제가 항공기 출발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 모든 돌발 상황 속에서,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항공 엔지니어이다. 기장이 판단을 유보할 때, 승무원이 보고를 올릴 때, 운항 관리사가 상황을 공유할 때 — 모두의 눈이 향하는 곳은 단 하나. “엔지니어, 어떻게 할 건가요?”
항공기 출발을 지연시키는 결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비비용, 승객 보상, 호텔 제공, 항공기 주기료 등 하나의 지연이 가져오는 손실은 항공사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출발이 가능한 항공기를 잘못 ‘그라운드’ 시킨다면, 그것 역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모든 책임은 엔지니어 한 사람의 어깨 위에 무겁게 놓인다.
판단의 순간, 엔지니어는 고독하다
‘출발 30분 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엔지니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머릿속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상황이 꼬이기 시작하면 패닉에 가까운 압박이 밀려온다. 모두가 그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어깨에 올라오는 중력은 평소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기술적인 지식? 경험? 판단력?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책임감’과 ‘안전 중심의 철학’**이다. 때로는 회사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승객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엔지니어가 견뎌야 할 무게이며, 지켜야 할 원칙이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경험담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지금도 현장에서 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후배 정비사들에게 전하고 싶다.
아직 엔지니어의 견장을 달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그 자리에 서게 될 날을 준비하길 바란다.
단순히 기술적인 정비만이 아니라, 결정하는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을 시작하길 추천한다.
정비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은, ‘누가 해결해 줄 거야’가 아니라, **‘내가 판단해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험은 쌓이고, 판단력은 자란다는 것을, 나는 현장에서 매일 경험하고 있다.
“자, 이제 모든 결정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이 말은 단지 책임의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믿음의 표현이다.
그동안 준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무게이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늘을 지탱하는 진짜 항공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
현장에서 정비를 하는 땀에 젖은 후배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 한마디 전하려 한다.
“언젠가 너도 그 자리에 서게 될 거야.
그 마지막 30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너를 향할 때…
자, 이제 모든 결정은 너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