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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Dec 24. 2021

마음이 인생을 좌우한다

독서실, 공부, 인생, 항공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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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틀만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된다. 내가 사는 사택 단지에는 밤이 되면 예쁘게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두바이는 이슬람의 나라지만 주택 단지 내나 쇼핑몰 같은 곳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커다랗게 장식되어 있다.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의 모 항공사의 입사 시험에 신체검사에 걸려 입사에 실패를 한 후에 마음을 추스르고 있던 12월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낮에는 영어 학원을, 밤에는 민속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 12시가 되면 24시간 운영하는 독서실에서 지내고 있었다.


독서실에는 군대를 마친 예비역들이 저마다의 꿈을 향해 열심히 공부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있었다. 밤 12시가 되면 알바를 마친 내가 주점에서 남은 안주를 싸가지고 와서 이들과 나누었다. 누구는 사법고시를, 행정고시를, 7급 공무원을, 회계사를 그리고 나는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다.


누구는 하루 식사 시간을 포함 오직 5시간의 휴식만 취하고 하루 종일 시험공부를 하고, 집안이 넉넉한 친구는 매일 들락날락하고 참으로 다양한 공부 스타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를 즐길 여유도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중에 사법고시를 준비를 하던 친구가 두 번째 도전에 실패를 했다. 너무도 실망하고 방황을 하기에 하루는 용기를 주고 싶어서 불러서 라면을 먹으며 물었다.


"왜 그래!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다음에는 꼭 합격할 거야. 힘내자 친구야. "


"우리 집안에 전부터 내려오는 예언 같은 게 있는데. 내 학렬 후손 중에서 단 한 명 만 국가의 공직에 기여하는 사람이 나온다고 하는데 지난번 시험에 내 사촌 형이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을 했어. 그리고 나는 떨어졌고." 하면서 어깨를 축 늘어 뜨렸다.


"그런 게 어디 있냐? 난 운명 같은 것은 안 믿어. 내가 원하는 건 찾아서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히 갈 수 있다고 믿어. 내가 보기엔 넌 분명히 다음번에 꼭 합격할 거야. 힘내자 친구야."


우리는 그렇게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독서실 근처의 허름한 분식집에서 저녁으로 500원짜리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내가 독서실에서 가장 먼저 탈출에 성공을 했다. 나의 친한 친구도 내가 떠난 후에 얼마 안 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검찰에서 꽤 높은 곳에서 호령하고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끔은 독서실에서 내가 싸 가지고 온 삼치구이와 오징어 숙회를 독서실 동료들과  나눠먹던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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