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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Dec 19. 2021

같은 시간 다른 세상

항공산업, 코로나, 항공엔지니어


두바이의 요즘 온도는 영상 15도 정도로 약간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다. 그러나 여기서 살고 있는 직원들은 이 온도를 겨울로 느끼면서 겨울 점퍼를 입고 아침에 출근을 한다.

오늘 한국에는 하얀 눈이 펑펑 내려서 교통대란이라는 뉴스를 봤다. 페북에는 온통 눈이 내리는 도시 풍경이 보인다.


한 곳에서는 코로나 오미크론이 극성을 부려 제차 록다운이 벌어지고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위드 코로나 시대를 접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시행한다고 들었다. 언제나 정상적으로 한국의 항공기들이 전 세계로 날아다닐까? 정말 안타깝다.


요즘 두바이는 연말 여행 피크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항공사 전 직원에게 최대한 오버타임 근무에 협조를 요청하고 정신없이 일하며 항공기들은 대부분 만석으로 날아다니고 있다. 어제 인도된 마지막 123번째 A380 항공기도 반짝반짝 거리는 동체를 뽐내면서 세계로 날아갈 것이다.

오늘은 오후에 예약된 코로나 부스터 샷을 예약해 놔서 업무를 무리하지 않으려고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개운하게 일어나 회사 사무실에 들어갔다. 힘차게 울려 퍼지는 항공기의 배정 알람이 켜졌다. PDA 화면에 벌써 네대의 A380, 두대의 B777 항공기가 오전 시간에 보인다.

‘그렇다. 오늘도 끝장이다. 쉬엄쉬엄은커녕 쉬고 싶은 나의 바람 일뿐이다.’


이미 도착해 있는 A380 항공기에 도착한 캡틴이 엔지니어를 찾는다는 연락이 와서 해당 게이트에 항공기의 스텝을 올랐다.


“굿모닝 써! 착륙하는데 슬랫이 너무 느리게 작동합니다. ECAM에 경고 메시지가 떠있네요.”


‘FLT CTL Slat SYS 2 Fault’


이런 된장! 초장부터 FLT CTL SYS 메시지가 잡혀 있다니! 큰일이다.


우선 메시지를 확인하고 SFCC와 FSCC를 리셋하고 메시지를 살펴보니 그대로, 다시 해당 Slat SYS 2 서키트 브레이커를 리셋해봐도 그대로, 마지막으로 콜드 스타트를 시작하기 전에 MEL을 살펴보니 디스 페치가 가능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콜드 스타트를 시도해봐도 그대로다. 아직 그라운드 타임이 남아있기에 가능하면 MEL적용을 안 하기 위해 천천히 TSM 절차를 한 단계씩 확인하며 절차를 따라갔다.


아차 내가 접근 한 고장 탐구 결과에 한 단계를 건너 띈 게 발견이 되었다. Fault가 확인된 시스템에  NVM Data를 리셋해야 한다.


만일 이 단계의 리셋이 성공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 슬랫 시스템의 작동 점검의 수행이 가능하다. 얼른 OIT에 접근해서 NVM 데이터를 리셋하고 시스템 페이지를 확인해보니 Slat SYS2에 호박색의 디스플레이가 그린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상에 대기 중인 메카닉에게 하이드로릭 파워를 켜기 위해 지상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Flap Lever를 작동시켰다. 5000 PSI의 유압의 힘이 들어가자 ‘우웅’ 소리와 함께 ‘그루 그루’ 소리가 들리면서  Flap과 Slat이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는 메시지도 보이지 않고 FLAP/SLAT 시스템이 정상으로 작동을 한다.

점검 이상 무!


로그 북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메카닉이 올라왔다. “노즈 좌측 타이어 확인하셨어요?”


“타이어에 작은 스크루가 박혀 있어 뽑아 봤는데 공기가 미세하게 새어 나옵니다.”


내려가 확인해보니 역시 교환을 하야만 한다.


“빨리 타이어 지원팀 불러! 나는 다른 항공기 돌아보고 올게.”


노즈 타이어를 재확인하고 다음 A380 세 대의 항공기를 확인하고 다시 원래의 항공기로 돌아왔다. 타이어 지원 메카닉들이 막 교환 준비를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교환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조종석에 매뉴얼에 접근하고 정확한 타이어의 토큐 치를 메카닉에게 알려줬다. 불과 20분 만에 타이어 교환을 마치고 압력도 215 PSI로 양쪽을 균등하게 조절을 했다.


그리고 출발 시간이 되어 네 대의 A380 항공기가 대부분 거의 만석으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10분, 20분 간격을 두고 출발을 했다. 그리고 B777 항공기도 약간의 마음고생을 시키고 오전에 모두 날아가 버렸다. 마지막 두 번째로 인도되어 비행시간이 50시간이 갖 넘어선 A380 항공기는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날려 보냈다.


오후에 다시 시작된 세 대의 항공기들과 씨름을 하는 사이에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어버렸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의 터미널에는 서너 대의 항공기만이 보인다. 역시 연말의 성수기가 피곤한 몸으로 느껴진다.


퇴근하면서 바로 코로나 백신 접종센터에 들러서 간단히 예약 상태와 신분증 확인을 마치고 부스터 샷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디 이번에도 별다른 증세가 없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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