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10 화물기는 10시간을 날아 빙하가 보이는 산을 바라보며 조용하고 한적한 앵커리지 공항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주기장에 항공기가 멈춰 서고 스텝카가 연결되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데 깜짝 놀랐다. '이게 웬일인가! '
FAA 검사관이 직접 항공기로 나를 마중 나와 스텝 밑에서 기다리고 계신 거였다.
저를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젊은이 미국에 온 걸 축하하네” 이 한마디가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무런 예고를 안 드렸는데 공항에 나오신 거다.
이분은 얼마 전까지 내게는 또 다른 아버님 같은 분이었다. 작년에 작고 하시전까지 방문하고 관계를 이어왔었다.
직접 몰고 오신 그분의 공항 내 차를 타고 세관에 도착했다. 입국 절차를 마치고 세관을 통과하려 할 때였다. 세관원이 나를 막고 가방을 검사하려고 내 짐가방을 열라고 했다. 내가 가방을 열고 세관원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때였다. FAA 검사관 (성함: Mr. James, 짐) 이 세관원을 막아섰다.
"이 친구는 내 손님이고 신분이 확실 하니 할 말이 있으면 내 FAA 사무실로 와." 하고 세관원에게 화를 내고 나를 인도해서 공항을 나왔다.
그 길로 바로 FAA 사무실로 가서 내 서류를 확인하고 FAA 자격 응시 원서를 작성을 도와주고 한 시간에 걸쳐 경력과 항공 정비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FAA응시 원서에 사인을 해주셨다.
" 자 이제 필기시험을 볼 수 있네. 내가 필기시험시험센터에 예약을 해주지." 하고 다음날 아침에 예약을 해주셨다.
역시 짐은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미국의 공무원이면서 참 친절한 분이셨다.
" 자네 숙소는 예약했나? 불평하지 않다면 우리 집에 가세. 자네 묵을 방을 치워놨네."
그리고 집으로 나를 태우고 가서 아내 분에게 인사를 하고 방을 내주셨다. 그렇게 그분 집에 삼일을 머물렀다.
식사도 내가 음식이 안 맞을 까 봐 한인 슈퍼에서 김치에 쌀밥까지 준비해주시고 엄청난 크기의 연어 스테이크를 해 주셨는 데 다 먹느라 엄청 고생했다.
(사실 한국인에게는 한 번에 먹기에는 너무 큼, 성의를 봐서 억지로 다 먹어 치움.)
다음날 드디어 필기시험을 보러 짐의 차로 이동해서 신분 확인을 하고 컴퓨터로 필기시험을 봤다. 사실 필기시험문제는 문제은행식의 2600 여 문제에서 한 과목당 100 문항 90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데 15분 만에 끝내고 시험 검사관을 부르니 놀라서 정말 다 끝났냐고 몇 번을 재차 확인했다. 결과 확인 은 당연히 합격 95점이었다. 나머지 두 과목도 마찬가지로 90점 이상으로 합격을 했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공부를 했었다.
사실 FAA 필기시험은 75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시험 검사관이 짐에게 연락해줘서 짐이 차로 픽업해줬다. 이제 실기 시험과 오랄 테스트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