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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an 12. 2022

엔돌핀이 확 도는 날

항공 엔지니어, A380, 항공기


2년의 장기 주기를 하던 A380 항공기의 마치 막 리턴 투 서비스 항목 점검을 마치고 드디어 Final CRS(Certificate of Release to Service) 최종  확인 서명 만을 남겨두고 두바이 항공청에 비행 적합 허가서를 신청하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


거의 한 달 동안 점검을 마친 Work Card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 장 한 장 모든 항목을 확인하고 마지막 CRS card에 최종 확인 서명을 마쳤다. 드디어 두바이 항공청에서 Certificate of Fitness for Flight 서류가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항공기 전체를 돌아보고 항공기 로그북에 마지막 사인을 마쳤다. 이제 항공기가 무사히 이륙을 하고 나면 한 달간 동료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알 막툼 공항에서 두바이 공항까지 15분을 날아가면 된다. 비행 한 시간 전에 두 명의 조종사가 비행 전 점검을 마치고 조종석으로 올라왔다.


"미스터 엔지니어! 두바이 공항으로 함께 갈까요? 항공기 어때요? 간단히 브리핑 가능할까요?"


"모든 게 정상입니다.  블라 블라... " 하면서 중요한 몇 가지 정비 사항을 설명하고 내려왔다.


이미 잔여 연료가 19톤 실려있어 연료 보급도 필요 없다. 모든 확인을 마치고 메카닉이 로그북 카피를 뜯어서 내려왔다. 자 이제 모든 출발 준비가 끝났다.


출발 시간이 되어 마지막 승객 문이 닫히고 항공기 푸시 백이 시작되었다. 메카닉이 헤드셋을 하고 유도로 중앙에 멈춰 서고 엔진 시동이 시작되었다.  십 분의 엔진 시동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차에서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자! 무사하게 잘 가거라.'


드디어 메카닉이 항공기에서 헤드셋을 분리하고 나와서 조종석을 향해 스티어링 핀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내가 타고 있는 차에 올라 항공기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5분이 흘러도 출발 전 신 호인 랜딩 라이트가 켜지질 않는다. 잠시 후에 조종석에서 라이트를 깜박거리고 있었다.


얼른 메카닉에게 헤드셋을 건네받아 항공기로 달렸다.


"카핏 투 그라운드! 엔지니어입니다.  문제가 있나요?"


"엔진 시동 시에 1번, 3번 엔진의 엔진 브리드 압력이 적게 나오더니 HP Bleed Valve가 열리질 않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 엔돌핀이 확 올라온다. 이제 시작이다.


엔진 브리드 시스템의 로직으로 머리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우선 조종사에게 조종석 오버헤드 패널에 위치한 브리드 관련 리셋 Circuit Breaker를 리셋하고 엔진 1번과 3번의 브리드 스위치를 끄고 1분만 기다리라고 요청했다.


한 번에 두 개의 엔진 시스템에 브리드 시스템이 결함이면 항공기는 그대로 그라운드가 된다. 최소한 한 개의 시스템은 고쳐야 한다.


일분의 긴 시간이 흐르고 모든 브리드 시스템 스위치를 켜고 결과를 기다렸다.


"미스터 엔지니어! 모든 게 정상입니다.  두바이에서 봅시다."


드디어 랜딩 라이트가 항공기가 유도로를 따라 활주로에 진입하는 동안 항공기를 지켜봤다. 이미 해가 지고 비콘 라이트가 깜박이는 덩치가 힘차게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엔도르핀이 사라지며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왔다.


이로써 한대의 A380이 더 하늘로 복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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