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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an 17. 2022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지원하다.


평소처럼 배정된 항공기의 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정된 게이트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메카닉이 부지런히 보딩 브릿지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항공기는 괜찮지?”


“예! 이상 없습니다. 손님들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그리고 기내로 들어갔다. 그런데 평소처럼 기내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나를 맞이하는 사무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기내의 손님들이 자유롭게 기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심지어는 보딩 브릿지에서도 몇 명씩 나와서 출발 전 여행에 대해 들뜬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B777의 기내 안은 일반 기내와 다르게 비즈니스 전용기의 모습으로 전용 공간에 소파들이 배치되어 있고 거기에 몇몇 낯이 익은 사람들도 앉아서 와인과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서 내게 눈인사를 보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내가 갖고 있는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종석에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같이 듣고 있던 에비오닉 엔지니어가 그 시스템은 결함이 있어도 그대로 비행이 가능하다고 핸드폰으로 전해준다.


‘이상하다. 그 시스템은 결함을 수정하지 않으면 항공기가 출발을 할 수가 없는 데?”


항공기 기내를 돌아보며 기내 상태를 살폈다. 이미 승객들은 탑승이 완료되어 대부분 자리에 앉아 서로 여행 얘기를 하고 있었고 넓게 넓게 배치된 여유로운 좌석들의 뒤를 지나서 좀 더 뒤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비즈니스 전용기에 설치되어 있는 침실 공간들과 샤워 시설이 갖추어진 공간이 보였고 그곳에 많은 승객들이 보였다.


손님들이 많아 더 뒤로 들어가게 되면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포기를 하고 기내를 나오면서 손님들을 살펴보는데 손님들의 옷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들 깔끔하게 새 옷을 입고 있었다. 역시 비즈니스 전용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객들은 다르구나.


항공기에서 나오는데 나를 아는 지인 아주머니 분과 마주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좋은 데로 여행 가시나 보네요?”


“응! 이번 여행이 처음이라 살짝 떨리네.” 하며 웃으신다.


“재미있게 잘 다녀오세요?” 하고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핸들링을 했던 여러 비즈니스 전용기의 기내 구조와 신기한 경험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잠시 후에 항공기에서 나오면서 브릿지로 나오는데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저기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밖으로 나갈 수가 있을까?'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보안 요원이 옆에 앉아 있어 내 패스를 보여주고 엘리베이터를 통과하려 하자 보안 요원이 이 패스로는 여기를 통과할 수 없다고 막아섰다. 이 엘리베이터는 허가된 사람만 탈 수 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계단을 내려와 패스를 터치 패드에 대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차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는 데 기내에서 엔지니어를 찾는 연락이 왔다. 얼른 기내로 올라갔다. 막 기내로 들어가려 하는 데 승무원은 보이지 않고 아까 기내를 나올 때 만났 던 아주머니가 한 손에 두 개의 베개 쿠션을 들고 있었다.


“000아! 이 베개 좀 바꾸어 주면 안 되겠니? 너무 불편해서 그래.”


“지금 제가 연락하면 너무 늦어요. 제가 직접 조종사에게 연락해서 빨리 가져다 드릴게요. 앉아 계세요.”


“고마워.”


그리고 항공기에서 내려와 항공기의 출발을 기다렸다.


토잉카의 토우 바가 항공기의 노즈 기어에 연결이 되었다. 항공기의 출발 시간이 되어 브릿지가 항공기에서 분리되고 항공기가 서서히 뒤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토잉카에 연결되어 있던 토우바의 연결고리가 갑자기 분리되어 휙 돌아서 거의 90도 정도 돌아버렸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서 항공기를 멈추려고 할 때였다. 항공기는 노즈가 꺾여버린 상태로 뒤로 움직이고 있었고 토잉카는 그 뒤를 따르면서 움직이는 항공기의 뒤를 따르며 마치 정상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푸쉬백하는 항공기를 둘러보니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체는 녹이 빨갛게 녹이 슬어있고 녹색의 이끼들이 항공기 동체에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항공기의 노즈와 랜딩기어의 자리에는  타이어가 전혀 없이 허공에 떠있었다.


항공기가 움직이며 뒤로 돌아가는 데 쇳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오는 APU 공간에 기체 표면이 사라진 틈으로 흉하게 부품들이 보였다. 양쪽의 엔진 카울링 안쪽에는 엔진이 전혀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이었다.


잠시 후에 항공기는 기이한 엔진 소리를 내며 유도로로 나가지 않고 곧장 하늘로 날아 올라가버렸다.


‘아 아 아 아…이 항공기는 영혼들을 태우고 인생의 저 너머를 향해 가는 마지막 비행이었다.’ 하고 이제야 깨달았다. ‘그 아주머니 베개를 챙겨드릴 걸’ 하고 갑자기 울컥하며 눈을 떴다.


나는 그렇게 유 령 비 행 기의 출발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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