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겪은 일- 네 번째
어느 곳에 가든 위아래를 구분하려 하며, 조금이라도 경험이 있거나 오래 일한 사람들은 아는 체하며 간섭하려 한다. 직장 생활보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 특히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박물관 전시 스태프는 처음이었고, 약 스무 명 정도 되는 스태프 중 2/3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의 일은 주로 관람객을 상대하거나 전시실 내부 작품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일이었다. 크게 보면 이 두 가지 일이지만, 숨겨진 규칙들이 많아서 신경을 곤두세워 관람객을 지켜봐야 했다.
규칙 1. 사진 촬영 시 플래시를 끈다. 동영상 촬영은 금지
규칙 2. 볼펜 등과 같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 꺼내는 것 금지
규칙 3. 양산, 우산들고 내부 관람 금지
규칙 4. 물 포함 껌,사탕 모든 음식 금지
규칙 5. 관람선 넘어 손 뻗거나 작품 가까이 보기 금지
규칙 6. 개인 도슨트 금지
규칙 7. 꽃, 장난감들고 입장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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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수많은 규칙들이 있었다. 박물관 첫 오티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규칙은 주로 사진 촬영 금지, 동영상 촬영 금지, 관람선 넘지 않기 등 기본적인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숨겨진 규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경험이 있던 스태프들이 더 안전한 관람을 위해 계속해서 추가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규 근무자들은 이 규칙들에 대해 알지 못했고, 경험이 있는 스태프들끼리는 이미 공유된 규칙들이었다.
근무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나는 무전기를 통해 한 스태프의 목소리를 들었다.
"00님, 부스에 껌 먹는 사람 가고 있으니까, 껌 먹으면 안 되니 나가서 뱉으라고 하고, 뱉었는지 확인해 주세요. 껌 포함 음식물 섭취 안 된다고 제지 해 주세요."
조금 짜증이 났는지 빠르고 날카롭게 말했는데, 경험이 있는 스태프의 목소리였다.
무전을 듣고 주변을 살펴보니 한 아저씨가 껌을 씹고 있었다. 교육 받을 때나 전시 입구에 있는 경고판 어디에도 껌을 먹으면 뱉으라고 하라는 건 없었지만, 그 스태프의 말에 따라 최대한 친절하게 말했다. 아저씨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껌을 뱉었고, 제지한 나는 조금 민망했다.
그 후에도 무전은 계속 들려왔다. 볼펜을 꺼낸 아줌마, 작품에 손을 뻗은 청소년, 사탕을 먹는 할머니 등 계속해서 제지해야 했다. 나를 포함한 신규 근무자들은 이런 것들을 제지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표했고, 제지당한 관람객들과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매니저님과 이런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매니저님은 이번에 새로 오셔서 이런 규칙들을 잘 알지 못하셨고, 회의 시간에 다 같이 얘기해보자고 하셨다. 회의 시간이 되자 매니저님은 이런 규칙들이 너무 강력하지 않냐고 하셨고, 경험이 있는 스태프는 이러한 규칙들이 있어야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새로 오신 매니저님은 고민했지만, 이곳의 근무가 처음이라서 경험이 많은 스태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문화가 낯설고 불편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을 내려야 했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관람객들에게 수없이 많은 제지와 금지된 행동들을 말해야만 했다. 부정적인 말들로 가득했던 근무 시간은 날 점점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은 수많은 제지에 불편함을 느끼고, 작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수없이 제지해야 하는 스태프의 입장은 갈수록 엇갈렸다. 나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배려 있는 말투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