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겪은 일- 세 번째
박물관에 작품들은 모두 진품일까, 가품일까?
일하기 전에 궁금했던 것 중 하나였고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둘 다 정답이다. 하나의 전시를 열면 그곳의 모든 작품이 진품이기도 하며 가품이 섞여 있을 수 있다. 내가 근무했던 전시실의 작품은 해외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진품들로 더 소중하게 관리해야 했다.
티켓을 예약할 때 한 번, 발행한 티켓에 한 번, 전시 입구 패널에 또 한 번, 전시장 내부에 다시 한번,
'전시실 모든 작품은 진품이니 만지지 마세요. (작품 훼손 시 손해배상 청구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여러 차례 적혀 있음에 불구하고 그것을 미처 보지 못하는 걸까 보고도 외면하는 것일까? 수없이도 작품을 만지는 관람객들로 인해 신경을 더욱더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어느 날, 화려한 인상을 가진 아주머니가 작품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관람선 따위는 안중에 없이 작품을 보았다. 당연한 에티켓을 매번 주의를 줘야 한다는 사실에 입 아팠지만 말해야 했다. 내 주위에 있는 한 스태프가 작품이 진품이니 조금만 주의하여 관람선 밖에서 관람하라고 했다. 앞서 몇 번 그런 지적을 당했는지 분노를 끓여 올려 스태프에게 뭔데 난리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순식간에 전시장은 얼음장이 되었고 주변 관람객들도 얼음이 되었다. 그 아줌마는 잔뜩 상기된 얼굴이 되어 스태프에게 손가락 질을 하며 말했다. " 내가 루브르박물관, 빈 박물관, 해외 미술관 다 가봤는데 관람선 가까이 들어가도 뭐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이후, 내가 어디 대학 나왔고 내가 이런 사람이야 블라블라 등등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를 마구마구 얘기 했고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보통 영화 속 진상들 멘트가 저랬는데 이걸 실제로 듣게 되니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아줌마는 그 뒤로 분이 안 풀렸는지 잔뜩 징그린 채로 관람하였고 나중엔 손을 뻗어 그림을 만졌다. 그 장면을 목격한 스태프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모두 일시 정지가 되어 학예사님이 내려와 작품에 손상 여부를 확인해 주기를 기다렸다. 진품인지 궁금해서 만져봤다 말을 했고 자기 행동에 대해 개의치 않아 했다.
결국, 작품에 손상이 가지 않았지만, 그 아줌마의 무례한 행동은 우리의 규칙을 지키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는 다시 한번, 공공장소에서의 예의와 규칙의 중요성을 깊이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