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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런 걸 본다고?

박물관에서 겪은 일-두 번째

by 양쥐르

박물관에서 근무할 때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다양한 진상들을 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바로 이 일이었다.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주쳤으면 좋겠는 사람이다.


평화로운 전시실 내부, 젊은 남성이 전시를 관람하다 지쳤는지 중간 부스에 있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하며 쉬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각자 맡은 구역에 별일 없다는 무전을 하며 평화로운 고요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건너편 부스의 무전 소리가 들렸다.


" 여기 레드방인데 어떤 사람이 이어폰 없이 영상을 보는 데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라고 매니저님을 찾았고 옆방에 있던 나는 궁금하여 슬쩍 가서 누구인지 확인하였다. 아까 조용히 쉬고 있던 젊은 남성이었다. 조용하던 전시실은 이상한 신음소리로 가득 찼고 그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다행히 매니저님이 주변을 살피다 이 상황을 확인하였고 차분하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하며 상황을 잘 마무리 지은 듯 싶었다.


여기서 야동을 보다니 너무 충격적이었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전시를 관람하는 대신, 공공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영상과 사진을 보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은 내겐 충격 그 자체였다.



잠깐의 소동을 뒤로하고 다시 평화로워질 줄 알았던 것은 내 생각이었는지 그 젊은 남성이 핸드폰으로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야한 사진을 보고 있었다. 요주인물이 되어서 그런지 지켜보던 스태프는 이 상황을 공유하였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골치 아프던 차에 아무래도 공공장소인 만큼 한 번 더 말했다.


젊은 남성은 묵묵히 알겠다고 했고 그 후, 작품을 잘 관람하는 듯 싶었으나 얼마 안 지난 뒤 웹툰을 보고 있었다.

야한 웹툰이었다. 그 사람은 혼자 전시를 보러 와서 작품은 안 보고 야한 것들만 잔뜩 보다 나갔고 내겐 참으로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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