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겪은 일- 첫 번째
노인’이나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존경의 뜻이 담겨 있지만, 때로는 나이 들며 그저 ‘늙은이’라는 단어로 불리기도 한다. 나는 박물관에서 ‘늙은이’와 마주하게 되었다.
박물관에서 일했을 때, 노인보다 늙은이에 가까운 사람을 만났다. 인기 있는 전시일 경우 선착순으로 티켓을 판매하였는데 아침 8시부터 줄을 서서 10시면 티켓이 마감되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미술에 관심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점심이 지나고 관람객들이 몰려왔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고 무슨 일인지 나가 보니 한 늙은이가 있었다. 티켓은 이미 마감되었고, 이 전시가 그렇게도 보고 싶은 건지 소리를 질러댔다. "장난해? 빨리 내놔 돈 있는데 왜 못 사!! 이 XX" 전시실 외부와 내부 모두 소란스러워졌고 관람객들은 불편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늙은이는 이를 신경 쓰고 않고 티켓 내놓으라 욕을 하며 소리쳐댔다.
친절했던 매니저는 점점 굳어져갔고 단호한 태도로 설명했다. 그러자 늙은이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매니저를 때렸고 결국 경찰이 왔다. 경찰까지 오자 과장님이 내려와 상황설명을 들었다. 과장은 일이 복잡해지기 싫어져 직원들 잘못이니 미안하다 하며 그냥 티켓을 주라고 했다. 역시는 역시다.
늙은이는 입구를 통해 들어왔다. 내부는 긴장한 채로 그를 지켜봤다. 모든 작품이 해외에서 온 진품인만큼 관람객들이 적정 관람선을 넘지 않도록 우리는 선만 바라보고 있다. 그 늙은이는 떼를 써서 받은 만큼 잘 관람하고 싶었는지 관람선을 넘더니 작품 가까이 손을 뻗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제지하는 스태프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고 늙은이는 기분 나쁘다는 듯 "알겠어, 알겠다고" 라며 물러났다. 오분 뒤 반복되었고 늙은이는 말을 거는 스태프에게 욕을 하였고 내부는 또 소란스러워졌다.
이쯤 되면 퇴장시킬 만도 하지만 신문고 민원을 넣으면 난감한 상황이기에 퇴장시키지 못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인내를 감수하면서 버티고 있을 것이다.
제도의 한계와 시스템의 미비점들이 결국 우리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결국 우리가 감내해야 할 고통만 커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