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너에게
안녕,
봄이 온다더라
조각의 이불 속에 숨어 있지 않아도 된다더라
발끝을 욱여 넣고 어딘가로 파묻지 않아도 된다더라
예민하게 돋아난 내 겉을 무언가의 속에 가두지 않아도 된다더라
이건 다행인걸까
아니 두려움일까
왜 오늘 너랑 대화하고 생각한 건데
우리 조금 멍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건 너와 나에게 불가능으로 다가오겠지만
해결과 감당이 어려운 어떤 순간들은 멍하게 지켜보는 것도 괜찮은 게 아닐까
구태여 내가 손쓰지 않아도 어느새 되는 것들이 있을 거야
기민해지지 말자
가벼워지자
봄이 오는 건 그냥 시간의 흐름이지
누가 무언갈 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받아들이자
더워지면 조각의 이불을 개키면 되는 거고
필요 없어진 털옷은 어딘가에 구기면 되는 거고
그저 꽃이 피는 걸 감상하자
자연스럽게
해내보자
있지,
뿌옇게 차오른 안개는 빛을 받으면 무슨 색인가, 싶은 묘함이 있어
나는 그 묘함이 좋아
누구보다 주위를 부둥켜 안고 싶어
숨겨진 채로 가득해지고 싶어
묘한 모습으로 확연한 어떤 것들을 나누고 싶어
동그랗고 형태 없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싶어
오랜만에 깔깔대고 웃었어
어색할 정도로 즐거워서
취한 감정 그대로 눈을 감았어
흐려진 판단이 다행이라 느껴졌어
내 과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흐려진 우리가 있어 다행이었어
아,
미리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