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등산
여행을 좋아하지만 시끄럽고 사람이 붐비는 곳은 금방 지쳤다. 그러나 이따금씩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장소가 있었다. 2019년 여름,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던 날이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푸른 공원에서 드디어 이 여행을 온전히 만끽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만 가득하여 아 나의 취향은 내 또래랑 조금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푸른 소리가 가득한 '자연'이었다.
갖가지 화려하고 멋진 사진이 가득한 SNS 속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들은 주로 숲과 자연이었다. 직장을 옮기고 나서도 매일 꾸준히 실내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실외 운동을 즐겨하지 않았다. 실외 운동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게 SNS 속 푸르른 사진들은 나를 창 밖으로 걸어 나서게 했다.
처음은 등산이었다. 울산바위를 바라보는 금강산 신선대의 모습은 나를 설레게 했다. 한국에 저런 바위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듬직한 바위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저 멋진 바위를 내 눈으로 담아 볼 수 있다면 당장 가야 한다는 결심이 들었다. 그래서 난 속초 여행을 핑계로 금강산 신선대에서 울산바위를 볼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오랜 내 친구들과 나의 첫 등산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운동을 꾸준히 해서일까? 산악자전거를 끄는 어르신께 칭찬을 받으며 단숨에 정상까지 올라섰다. 미세먼지 탓인지 SNS 사진처럼 선명한 바위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남의 시선으로 보던 그 장관을 내 두 눈으로 담으니 이마에 퐁퐁 솟아난 땀처럼 뿌듯함이 배어 나왔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뜨거운 봄 햇빛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지만, 가을에는 지리산을 가면 좋겠다!라고 감히 다짐하게 되었다. 등산이 끝난 뒤에 내게 남은 것은 미래에 대한 계획뿐이었다. '다신 안 해!'라는 생각이 들면 어쩌지 하는 우려와 달리, 미끄러운 바위도 서슴없이 내딛게 하는 등산화의 매력이 계속 떠올랐고, 등산 후 시원한 오미자차로 갈증을 해소하는 기쁨이 생각났다.
이 작은 매력과 기쁨들이 나를 창 밖으로 계속 나서게 했다. 지루하던 삶에서 등산은 내게 자연 속에서 맛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불어 넣어 주었고, 또 다른 삶의 활력을 찾게 해주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간 어느 봄, 내게 창 밖을 넘어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