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틀어질 때, 다시 나를 배우기 시작했다

배워서 길게 일하는 삶

by 작가 앨리스

12월, 겨울 학기의 첫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새로운 출근길에 섰다.

10월 말, 다니던 직장을 내려놓았다.


11월부터는 온전히 책을 쓰는 시간으로 채워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예고 없이 방향을 바꾼다.
출판 일정은 내년 3월로 미뤄졌고, 예상하지 못한 공백이 생겼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생각을 고쳐먹었다.

글을 더 가다듬고, 작가로서의 기반을 다질 시간으로 삼기로.


그런데 막상 시간만 많다고 글이 더 써지는 건 아니었다.
여유는 오히려 긴장을 풀었고, 절박함이 사라지자 손이 멈췄다.

2주쯤 그렇게 전업 작가의 시간을 살아보다, 한 기관에서 강의 제안을 받았다.
망설였지만 받아들였다. 완전히 글을 놓고 싶진 않아 파트타임을 택했다.

새로운 환경은 낯설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넘치고, 시스템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온몸이 긴장했고, 퇴근 후엔 이불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체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을 절감하는 하루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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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지내며 문득 거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배우는지 모른 채 그냥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모습.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이제야 인정한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나에게 묻는다.
왜 이 일을 하려고 하지?
그 질문의 답이 내 마음을 납득시킬 수 있을 때만 다음 스텝을 밟는다.


아이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냥 하지 마. 왜 하는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봐.”
처음엔 어렵지만, 그 질문이 곧 삶의 방향이 된다.


처음은 언제나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다.
머리는 쉴 새 없이 돌아가고, 몸은 하루 종일 긴장한다.
하루가 끝나면 솜처럼 축 늘어진다.

그래도 안다.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처음’을 견뎌내며 익숙해져 왔다는 것을.
이번에도 결국 그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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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떠올리는 말이 있다.
이호선 교수님은 “우리는 100+α 세대”라고 말했다.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 우리는 계속 배우며 살아야 한다.

새로운 일을 배우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지금.
변수투성이 인생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다시 나를 배우는 일이다.



오늘도, 그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내 삶을 설계 하고 만들어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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