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와의 대화

엄마마음

by 작가 앨리스

진달래 앞에서 걸음을 멈추다

봄이 왔다는 걸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늘 꽃이다.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을 볼 때마다,

자연은 왜 이렇게 서두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지바른 곳에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색이 유난히 선명해서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한 송이만 보면 여리고 작은 꽃인데,

여럿이 함께 피어 있으니 그 자리가 풍경의 중심이 된다.


나뿐 아니라 지나던 사람들 몇 명도

자연스럽게 그 앞에서 발걸음을 늦췄다.


진달래를 보고 있으면 늘 같은 생각이 든다.

왜 이 꽃은 잎보다 먼저 피울까.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는 땅을 뚫고 올라오는 일이

결코 쉬웠을 리 없을 텐데,

진달래는 앙상한 가지에 가장 먼저 꽃부터 내어놓는다.


자신을 지탱해 줄 잎보다,

먼저 보여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꽃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의 결정체인양


남길 힘을 계산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해내는 모습.

그래서 꽃을 다 피우고 난 뒤에야

잎을 틔우는 건 아닐까.


그 모습이 문득 사람의 삶과 닮아 보였다.

자식을 먼저 키워내고,

챙기고, 보내놓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는 어미처럼.

누군가는 늘 그렇게

자신의 계절을 뒤로 미루며 살아간다.


진달래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괜히 마음이 조용해졌다.


애써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꽃은 이미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먼저 내어놓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피워내고 있는 중인지.


올봄의 진달래는

나에게 그런 질문을 남겼다.

그래서 나는 그 앞에서

조금 오래,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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