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 만든 상처

내 기억 속, 가장 미안한 사람

by 팅커

편견이 만든 상처

나는 누구에게 소원하거나 미안했던 적이 있었을까?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도 불현듯 내 무의식은 갑자기 나의 뇌 어딘가의 깊숙한 곳에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기억을 꺼내와 나에게 한 편의 영화처럼 보여준다.


그 기억 속엔, 중학교 1학년 시절의 나와 한 친구가 있다.

그의 이름은 ㅅㅎㅂ.

말수가 적었고, 혼자 있는 일이 많았던 나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자연스레 다가왔다.

쉬는 시간이면 늘 내 옆에 앉았고,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자리는 꽤 오랫동안 반복됐다.


그는 어쩌면 조용한 방식으로 나와 친해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학업 성적은 늘 반에서 가장 낮았고 종종 알 수 없는 냄새가 나는 날도 있었다.

그 시절, 철없던 나는 그 이유만으로 그를 멀리했다.

어느 날, 쉬는 시간. 그가 평소처럼 내 자리로 다가왔을 때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오지 마! 가라고 했잖아!
그가 웃으며 다시 다가왔을 때, 나는 더 심한 말들을 쏟아냈고 그는 풀이 죽은 얼굴로 조용히 돌아섰다.

어쩌면 나는 그때 타인에 대한 우위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었나 보다.


그 뒤로 그는 나한테 다시 오지 않았지만 어느 날 수행평가 때문에 그와 같은 그룹이 되었고 누군가의 집에서 수행평가를 같이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어색한 기류를 풍기지 않고 자기 집에 초대를 했다.

나는 속으로 편치 않고 매우 무안하였지만 그가 그런 기색이 없어 보여 자연스럽게 그의 집에 갔다.


그의 집은 깔끔하고 정돈돼 있었다.

부모님은 뵙지 못했지만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 얼굴들은 평범하고 따뜻해 보였다.

그는 간식과 과일을 내어오며 마치 지난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나는 그에게 대한 내 행동들이 부끄러워 어색해하고 그와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조용히 그의 집을 관찰할 뿐이었다. 그 순간 내가 ‘그는 다를 거야’라고 단정했던 모든 편견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형이 집에 들어왔다.

우리의 존재가 낯설었던 듯 소파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어색함은 어쩌면 나도.. 그도.. 형도 모두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사람을 너무 쉽게 판단했고, 나의 무지가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음을 처음으로 깊이 느꼈다.


그와는 이후로도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사과하지도 못했고 세월이 흐른 지금, 그의 소식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내 인생을 돌아볼 때, 누군가에게 가장 미안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부끄러웠던 기억은 단연 그때다.

그는 지금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나의 선생이었고, 나는 그에게 아직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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