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방석 위의 침묵
◆ 내 번호를 부를까 조마조마한 그 시절
초등학생 때부터 몇몇 과목의 선생님들은 무작위로 학생을 지목해 칠판 앞에서 문제를 풀게 했다.
내가 자신 있는 과목이라면 당당 했겠지만 잘하지 못한 과목 앞에서는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히 작아졌다.
중학생 시절 어느 날 수학 시간..
혹여 내 번호나 이름을 부를까 조마조마하던 찰나의 순간 선생님은 내 번호를 불렀다.
그 부름에는 거부권도 없었다. 나는 앞으로 나가야만 했고, 모든 시선이 나를 향했다.
◆ 칠판 앞에서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는 이들
자신 있는 학생들은 능숙하게 문제를 풀며 미소 짓고, 칭찬을 받았다.
반면 어떤 이들은 풀지 못해 고개를 떨구거나 선생님께 학습능력 부족이라며 질책을 들으며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일부 긍정적인 학생들은 못 풀고 웃으며 선생님한테 농담을 하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척 쿨하게 자리로 들어가곤 하였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모두 앞에 서는 일이 재미있고 뿌듯한 경험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그것이 나를 짓누르고 뭉개뜨리는 고통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 것 같은 중압감. 같은 문제를 능숙하게 잘 풀어낸 학생에 대한 비교감. 못 푼 걸 한심하게 쳐다보는 듯한 선생님의 시선들..
당장 학교를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그 순간, 나는 반항도, 표현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으면 다시 날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 조마조마함, 타인과 비교하며 나는 못한 사람인가에 대한 박탈감, 나를 보고 다른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나 혼자 열심히 생각하며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나 스스로를 찌르고 방석에 가시를 놓아둔 느낌이었다.
처음엔 이런 일들을 겪었다는 걸 부모님께 말했지만 그들도 함께 속상해하는 것이 보여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입을 다물게 된 나를 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자리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어떤 학생이 "너 왜 이렇게 표정 굳어 있어?"라며 넌지시 물어보며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나는 항상 학생들을 랜덤으로 자주 부르는 선생님 수업 시간이 되면 긴장되고 떨리는 경향들이 있었는데 그토록 감추려던 내 마음이 그토록 드러나고 있었을 줄은 몰랐었나 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 부끄럽지 않은 척? 그게 정답이었을까?
어쩌면 누군가는 왜 그런 작은 일로 안절부절 못하나라 말할지 모르겠다..
내 천성 때문인지... 혹은 마음속 깊은 곳의 무의식이 만든 저항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도 모르겠다.
이후에도 나는 계속 나 스스로만의 아무렇지 않은 척, 부끄럽지 않은 척하려고 오랜 세월 의식하며 살아왔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쩌면 그때 자각한 것이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데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회고해 본다.
혹시 여러분도 학창시절 칠판 앞에 섰을때 부끄러웠던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