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지 않아도 소중한 감정
누구나 한 번쯤은 무의식적으로 또는 가끔씩 근황은 모르지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연히 지하철 역에서 기다릴 때 잠깐 몇 초 봤던 사람일 수도 전 직장 동료일 수도 동네 친구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 하나 있다.
중학교2학년 말에 몇 달 짝꿍을 했던 ㅈㅁㅇ는 개성 있고 털털하며 활발했던 사람이었다.
그와 짝꿍이 되기 전엔 전혀 접점이 없었고 같은 반이었지만 서로 말 한마디 나눈 기억조차 없던 사이...
하지만 짝이 되고 나서 그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쉴 틈 없이 말을 걸고, 농담을 던지고, 장난을 쳤다.
이성한테 이럴 수 있다고? 이런 사람을 처음 겪었기에 놀랍고 부담스러웠지만 어느 순간, 그의 그 기묘한 텐션과 유쾌함을 나도 모르게 즐기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표현 방식이었고 나도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업 시간 집중력도 높고 자신의 할 일들을 집중해서 잘 해내었기에 나 역시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도움 받을 수도 있었다.
때로는 “또 시작이네...” 싶을 정도로 그의 텐션이 과하다고 느꼈고 귀찮다 생각들도 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보다 더 자연분방하면서 재밌었던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이전에도 그 후에도 적극적이고 텐션 높은 사람들을 여럿 마주쳤지만 그들은 공통적으로 나의 자존심을 누르려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생색내고 자신의 만족감을 충족하려는 느낌들을 받아왔었다.
그땐 그런 귀한 기운을 몰랐다.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야"
"지금은 그냥 짧은 인연일 뿐이야"
그렇게 막연한 기대를 하며 스스로 거리를 두었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조금은 냉정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후 짝꿍 기간이 끝나고 서로 다른 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어색해졌고 현재도 그의 소식은 전혀 모른다.
만약 우연히 어딘가에서 마주쳤다면 서로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아니면 한쪽은 알아보고 한쪽이 못 알아본다면?
어쩌면 서로 알아봤지만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더 적극적인 한쪽이 먼저 말을 걸었는데 지나간 세월의 흐름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 할지도 모르겠다.
무의식은 그 시절 감정이 선명하게 각인 돼 종종 떠오르게 하나보다.
어쩌면... 그것 또한... 지나간 시간의 몫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