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반에서의 침묵
학생의 "자유와 창의력 향상’이라는 이유로 만들어졌던 클럽활동 제도..
2주에 한 번, 주말에 열렸지만... 나에게는 그 활동이 ‘억지로 끼워진 자리’로 남아 있다..
그것은 표면상으론 자율 선택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정해진 목록과 인원 제한 속에서 강제로 끼워 넣어지는 구조였다.
그 당시 나는 "왜 이런 활동조차 강제로 참여해야 하지?" 하는 의문을 품었고 그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 어딘가에 앙금처럼 남아 있었다...
중3 시절 클럽활동에 내가 원하는 활동이 없어서 마지막까지 머뭇거리고 있자 선생님은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타반"에 배정하였다. 인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수업을 위해 개인 기타가 필요하다고 하여 집에 돌아가 창고 깊은 곳에 박혀 있던 기타를 꺼냈다.
아버지가 결혼하실 때 가져오셨단 기타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였고 난 내키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먼지를 툭툭 털며 어색하게 안고 간 첫날 나는 곧 눈치챘다...
‘여긴 내가 들어올 자리가 아니었구나.’
다른 학생들은 이미 기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갖고 있었고,
깔깔 웃으며 즐겁게 떠들며 “어떻게 하면 더 잘 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 대화에 감히 말을 얹어도 못한 채 두리번거리며 고립되어 있었다...
수업은 내가 알 수 없는 말들로 흘러갔다. 마치 외계어를 듣는 듯.. 모든 게 낯설고 불편했다.
나는 잘 따라가지 못했고 선생님은 그런 내가 튀었나 보다..
어느 순간 선생님은 모두가 보는 가운데서 나를 지목하며 "내 수업에 온 이유가 뭐지?"라며 물어보고 끝나고 남아서 이해하고 가라 하였다.
그 말은 다양한 학년들로 채워진 교실 안을 가득 메운 정적 속에 떨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억울했지만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내가 내뱉은 말은 침묵뿐이었다...
모두가 떠나고 남은 교실에서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이해 시켜려 노력하였지만 나는 겨우 따라갈 뿐이었다. 그는 교사로서의 책임감으로 날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억지로 끼워 넣어진 자리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찼다...
나는 내가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조차 납득하지 못한 채 말 대신 침묵으로 저항했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설명할 수 없어서’ 조용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때의 나.. 종종 비겁하거나 무기력해서 조용했던 것일까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쩌면 그때의 침묵은 “여기에 내 자리는 없어”라는 마음속 작고 은근한 저항의 언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그 조용했던 나에게 작게나마 말을 걸어주고 싶다.
“괜찮아, 그 침묵조차 너다운 방식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