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둔 기억에서 끄집어낸 사람
나는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이면 도서관에 가곤 하였다.
그때는 책을 좋아해서여서도 있었지만 시끄럽고 여러 사람들 있는 교실에서 벗어나고픈 이유도 같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 책을 읽고 싶어서라기 보단 그저 '조용함'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경우들도 많아지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그곳은 학교 안 작은 도피처였다.
졸업 몇 개월을 앞두고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학교 도서관에서였다.
그의 반이 도서관과 가까워 지나치는 나를 자주 봤었나 보다.
붙임성이 좋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듯?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그의 표정과 행동에 악의가 없어 보여 받아주었다.
그렇게 우린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나는 언제나 그렇듯 그냥 ‘아는 사람 한 명 늘었다’ 정도로 생각했다.
같이 어울려 논 적도,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었다.
졸업 직전의 마지막 소풍날, 놀이공원...
나는 혼자 다니고 내 재량 것 열심히 즐기다가 일찍 가려 하였다..
선생님이 이제 집에 가도 된다고 말한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그가 내 팔을 살짝 붙잡고 말했다.
'우리 같이 좀 더 놀다가는 거 어때?'
나는 속으로 "그가 날 친하다 생각한 건가?" 아니면 단순히 내가 혼자 다니는 것을 딱하게 여겨서였을까?
생각에 잠겨 혼란스러웠지만 그에게 악의가 느껴지지 않아 안심이 들었다.
처음 본 애들도, 얼굴만 알던 사이들도 있었고 약간의 교류가 있던 아이들도 있었고 그들의 분위기가
딱히 나를 거부하는 느낌이 아니었기에 나는 그들의 무리? 에 처음 초대받았지만 나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어울리는 척을 했다.
그리고 나와서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인사 나누고 헤어졌고 학교에서도 간간히 인사를 할 뿐 어울려 노는 경우는 없었다.
나는 그가 왜 나한테 같이 다닐 것을 제안했는지 이유를 물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그의 성격 그대로 큰 의미 없이 행동하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생각한다. 만약 내가 만약 그한테 우리가 친구인지 물어봤다면 그도 "너와 내가 친구니?"라 답했을까?
나는 졸업식날 소리 없이 조용히 바로 떠났기에 그와 연락처 공유도 안 했고 그의 근황도 전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이날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누군지 머리속에서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무의식은 그 순간을 꽤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떠올리는 기억들을 일부러 부인할 필요도 없애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분명하다..
그 기억은 나에겐 의미가 있었던 거다..
그것이면 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