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단어로 느껴졌던 그 단어 "미래"

자리가 없다고 처음으로 느꼈던 날

by 팅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다음 해에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했던 시기..

그 무렵, 나는 생애 처음으로 ‘미래’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마주했다.


졸업 시기가 가까워지자 몇몇 애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하고 있다 하며 어떤 이들은 ○○ 고등학교를 가면 좋은 기술 배우고 취업 잘 된다 하는 애기들이 오고 간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갈 때는 그 학교 선생님들이 엄하더라, 시설이 안 좋다 좋다 등의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이제 그 시기는 지나가버렸다.

그 사이에서 나는 말이 점점 줄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나 혼자 정지된 느낌.. 고립감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갔다.


학원을 여러 번 바꾸어 가며 과외도 해보았지만 내 성적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기에 부모님은 졸업 6개월 전

공부를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워야 먹고 산다며 컴퓨터 학원을 권장하였다.

미래에는 IT, 컴퓨터 관련 일자리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나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학원에 등록했고 출석도 빠짐없이 했다.


하지만, 학원선생님은 내가 잘 못 따라온다 생각했을까..

아니면 답답했던 마음을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표현한 것이었을까? 어느 순간 나보고 직접 해보라기보다는 직접 해주면서 진도를 이어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진도를 나가기는 하는데 나에게 지식이 들어오는 느낌은 적었고 선생님도 못한다 나무라지 않았기에 ‘나는 잘하고 있겠지’라는 착각 속에 있었고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덧 자격증 시험날이 왔고 나는 당연히 합격하겠지란 생각으로 시험을 치렀지만 학원과 부모님이 통화하는 것을 듣고 말았다. "같이 시험 친 수강생 중 가장 점수가 낮았다" "더 어린 학생들도 똑같은 시험 쳤는데 점수 잘 받았더라"


어머니의 표정은 어둡고 말은 무거웠고 그날 이후 더 이상 학원을 다녀보라는 말씀이 없으셨다. 그날 이후 기대도, 권유도, 다 사라졌고 적막함만 남았다.


그 뒤로 인터넷에서 열심히 진로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진학상담도 받아 보았지만 어느 것도 와닿지 않고 뜬구름 잡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피부에 와닿지 않았고 든 말들이 멀게 느껴졌다.

나 같은 애는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남았다.

중학교 졸업은 다가오고 나는 말이 더 없어졌다. 졸업은 다가오는데,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어느 누구에게도 내 속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세상에 내 자리는 없다는 느낌..

그 시기는 '삶의 무게’라는 걸 처음으로 진지하게 체감한 시기였다.


그때 나는 말하지 못했다.

혼자서 삼키고, 혼자서 무너졌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이야기를 쓰고 있다.

글이란 건 참 묘해서 그때의 나를 대신해 지금의 내가 말하게 해 준다.

이것도 추억일까? 인생의 무게를 온몸으로 처음 느꼈던 때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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