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묻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겉과 속 모두 훌륭한 분이었다.
초임 교사였던 그는 열정이 넘쳤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교육하려 애썼다.
그의 목소리는 항상 단단했고 문제가 생겨도 논리적이고 확실한 어조로 학생들을 다독였다.
그의 말과 태도, 삶의 자세까지 영향을 받는 학생들이 많았다.
누군가는 그를 보고 종교를 믿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그를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다.
짝꿍이었던 ㄱㄷ의 말과 단호한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선생님을 욕하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어"
하지만, 그는 종교에 과몰입하며 믿는 사람이었고 항상 끝에는 자신이 믿는 종교 이야기를 언급하며 믿는 것이 좋다는 것을 피력하였다.
때는 어느 조용한 수업날.. 점심시간 후라 학생들은 졸려 있어 보였고 그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나 보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본분이라 생각한 것 같았고 자연스럽게 종교를 믿으면 좋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며 자신감 있게 설명하였고 갑자기 "믿음이 중요해!" "믿음과 기도로 저기 보이는 산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적막한 정적이 흐르는 그 순간..
한 학생이 "그럼 정말 산도 움직이는 걸 보고 싶어요"라 물어봤고 선생님은 "산도 움직이게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진짜 믿으면 산도 움직여!"라며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나는 순간 정말 그는 그렇게 교육을 받았던 것이었을까? 그의 절대적인 믿음이었을까? 무엇이 그를 저런 태도와 말을 자신감 있게 유도하는 걸까?로 사로잡혀 혼란스러웠다.
내가 예상한 그의 답변은 "현실성 없는 질문은 하지 말자"로 끝내는 것이었으니까..
아니면 정말 그의 믿음대로 산이 움직이던지 증명을 해보려 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는 끝까지 "산을 움직일 수 있지만 안 하는 것"이라며 넘어갔다.
나는 그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았지만 머릿속은 의문으로 휩싸였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서 자기 전까지도 나는 과연 그렇게 의심 없이 뭔가를 믿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할 것을 교육받도록 프로그램화된 것일까?
정말 마음 깊이 논리와 의심을 내려놓고 그 어떤 것을 ‘절대적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로 생각에 잠겼었다...
그날의 기억은 이미 세월이 오래 지났지만 생생하다.
그날 산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믿음이란 건 정말 산을 움직일 수 있을까?
아니면 산이 움직인다고 ‘믿는 마음’이 믿음의 본질일까?
나는 아직도 그 물음을 마음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믿음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