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좌절, 자존의 경계선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나는 다짐했다.
이전과는 다른 삶. 남은 3년, 지금이라도 제대로 하면 늦지 않다고 믿었다.
아니, 어쩌면 그것 말고는 내가 떠오르는 선택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마음엔 학업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놀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조용한 ‘교실의 권력 구조’에 대한 본능적 눈치도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내 의지를 좋게 봐주셨는지 공식 성적 기준에는 미달이었지만 나를 심화반에 넣어주셨다.
그 순간, 나는 ‘늦게나마 따라잡았다’는 우쭐함을 품었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착각...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내 학업 성적은 중학생 때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어느 순간 일정 수준을 못 뛰어넘는다는 걸 느끼게 된다.
마치 높이 뛰기 선수가 4m를 넘고 성적을 더 올려야 하는데 계속 3m에 머물며 더 못 올라가는 느낌이었을까?
그곳은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모아 놓은 반이었고 역시나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그들 사이엔 자기들 간의 그룹이 만들어져 있었고 나는 겉돈다는 느낌을 계속 느끼게 되었다.
그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나는 그들의 대화에 낄 수도 없었고 그들도 굳이 어울리고 싶어 하지 않아 보였다.
어느 날 모의고사 후 성적이 발표되는 날이었다...
선생님은 TV스크린에 이름별로 모의고사 점수를 띄우며 잘 나온 사람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칭찬하였다.
잘 나온 학생은 환하게 웃으며 우쭐한 표정을 짓고 모두가 박수를 쳐주었다.
한 명 한 명 천천히 내려가며 불렀지만 내 점수까지 내려오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냥 지나갔다.
선생님은 어쩌면 내가 가장 낮은 점수인걸 알아 나를 존중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는 부끄럽고 창피하고 숨어버리고 싶었지만 혹시나 나를 언급할까 조마조마하며 조용히 '있는 척 없는 척' 존재할 뿐이었다.
나는 그 교실에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수업이 끝난 후 몇몇 학생들은 빈 교실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문제에 대한 의견 공유 및 토론을 하고 있다. 끝난 후에는 자기들끼리 모여 학교 밖에 식사를 하러 간다. 나는 그 풍경을 멀찍이서 바라보았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만 어쩌면 내 의견 못 내고 투명인간처럼 있었을지 모르겠다.
나는 쓸쓸하게 등을 돌렸고 ‘혼자가 낫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걸어 나왔다.
나는 결국 1년 정도 있다 조용히 스스로 나왔다...
담당 선생님들도 붙잡지 않았고 그곳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성적 변화는 거의 없었다..
몇몇 학생들과 선생님은 ‘쫓겨난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내가 먼저 나가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도 소문은 왜곡이 된다. 나는 일일이 해명하지 않았다. 그들이 뭐라 생각하든 내가 일일이 말할 이유는 없었다.
옳은 결정이었을까? 계속 있었으면 달라졌을까? 내 무의식은 어느 순간 그때의 순간과 감정을 꺼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