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았다면 꺼내지 못했을 기억들

소리 없는 괴롭힘,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방식

by 팅커

학교는 점점 재미없어지고.. 학업은 놓지 않았지만..

강제로 ‘누군가와 한 교실에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를 더욱 지치게 했다.

규율을 어기고 행실이 거칠었던 아이들. 그들은 혼자 있는 아이들을 ‘도와줄 사람 없는 성격 이상자’로 단정 지었나 보다.

그리고 단체로 몰려다니며 자신들의 심심함을 채울 먹잇감을 물색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느 순간 나도 그들의 타깃이 되어 있었다.

일부러 물 떠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거나 군것질하고 남은 쓰레기들을 내 책상에 넣거나 심심하다고 가방을 뒤졌다. 장난이라며 때리면서 내가 노려보거나 때리면 욕을 하면서 눈을 부라렸다. 화장실에 소변을 보고 있으면 뒤에서 간지럽히거나 기분 나쁜 말들을 하며 장난인 듯 정당화한다. 어느 순간 나는 그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눈을 안 마주치고 그들이 자주 지나가는 곳들이나 시간을 다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했다. 적어도 교실 밖에서는 안 보고 싶었다.


어느 날 그들은 한 학생을 뚱뚱하고 못 생겼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고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순간 그들과 마주쳐 못 본 척하였지만 그 말들은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 학생은 결의에 찬 모습으로 큰소리로 욕을 하며 자신감 있게 혼자서 논리 정연하게 맞서고 있었다. 그 학생의 아우라가 너무 강했던 탓이었을까? 그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물러갔었다. 순간 작아지고 위축된 내 모습이 너무 대조적으로 떠올랐다.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맞섰어야 했을까?

내가 너무 소심하고 소극적이었던 걸까?

그 질문이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작게... 그러나 날카롭게 남아 있다...


이날의 기억들은 내 뇌에 크게 각인시켰다.

공공 화장실을 갈 때면 여전히 뒤에서 누가 건들지 않을까 긴장했고,

학교를 지나갈때, TV를 볼때, 마트에 갈때.. 항상 본능적으로 그들과 비슷한 스타일, 외모를 보면 그들과 똑같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세월이 오래 지났지만 종종 그들은 꿈에도 나타나고 무의식적으로 불쑥불쑥 그때의 기억들이 재생될 때가 있었다.

내가 막으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마음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 무의식은 이 이야기를 꺼내라며 끊임없이 노크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이 나를 조종하지 못한다.


글로 적어낸 순간부터 그것들은 더 이상 괴물도, 상처도 아닌 한 조각의 역사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말한다. “그때의 내가 침묵했지만 지금의 나는 대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누가 보든 안 보든 오늘도 한 줄 더 그 시절의 나를 구하기 위해 쓴다.



이전 18화단체생활에 어울리지 못한 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