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라는 이름의 낯선 제안

기회처럼 느껴졌던 테스트

by 팅커

재수를 시작할 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 생각했지만 공부할 때, 잠시 쉴 때, 잠을 잘 때 과거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 그 얼굴들, 상황들이 내가 재생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도 알아서 재생되었고 그때로 돌아가면 다르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 한이 생겨 나를 괴롭게 했다.

학교는 집 바로 옆에 있어 종종 얼굴이 기억나는 사람들을 마주치곤 했다.

나는 그때마다 모른 척 지나가곤 했지만.. 속으론 온몸이 얼어붙었다.


속독하는 집중력을 키운다고 20만 원을 주고 훈련까지 해봤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모의고사 성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과연 재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염려도 되고 있었다.

부모님도 이런 내 모습이 기대가 되지 않으셨는지 그 체념의 기류가 말없이 느껴졌다.


때는 초여름이 시작된 5월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가 어느 날 수십 년 알고 지낸 지인이 좋은 걸 소개해줬는데 꼭 들어보고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란 것이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최근 중국 내륙 깊숙한 곳에 있는 ㅇㅇ대학과 교류 협력을 하고 있고 자신이 그 학교의 이사진에 속해 저렴한 학비로 갈 수 있고 졸업 학사 학위를 따면 미국까지 진출할 수 있다며 소개하였다. 그곳은 생전 처음 들어본 곳이었고 인터넷에도 주변에도 그곳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내가 고등학생 때 캐나다 유학을 권유했는데 이번에는 중국이었다. 알고 보니 캐나다 유학 관련사업은 접고 중국 유학 교류로 전환한 거였다 하더라.


왜? 그가 갑자기 이때 제안을 할까 의심은 들었고 두려움도 컸다.

해외생활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그럼에도 “내 과거를 덮고 다시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세한 가능성은 점점 나를 흔들었다.

“여기 말고, 다른 세계도 있다”는 자아와 "재수 공부에 집중하자"란 자아가 다투기 시작하였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길이여서 두려움도 앞섰다. "내가 해외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 과거를 덮고 새로 쓸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고 아버지와 수십 년 아는 사이라니 믿을만하겠지? 란 생각도 머리에 스며들었다.


기회일까? 테스트였을까?

나는 기회일 수도 있다 생각해 이 제안을 일주일 간의 고민 끝에 승낙했고 알려지지 않은 그곳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 다음 글부터 "중국 유학 기록" 매거진을 주 2 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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