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기구는 돌고, 나는 멈춰 섰다
내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일해본 곳은 놀이공원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원하던 옷을 사기 위해, 딱 그 옷 값만 벌고 싶었다.
한편으론 어렸을 적 가족들과 자주 갔던 곳이라 내가 거기서 일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무작정 전화를 걸어 "꼭 여기서 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처음엔 미적지근했지만,
두 번째 전화에서의 간절함을 느꼈는지 결국 흔쾌히 나를 채용해 주었다.
기계 작동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신입은 보통 작은 놀이기구부터 시작하고,
경력이 쌓일수록 더 크고 인기 많은 기구로 옮겨간다 했다.
그렇게 나는 놀이기구를 타던 사람이 아닌, 타인들을 태워주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의 웃음과 환호 내가 작동시킨 기계 위에서 흘러나오는 감정들을 마주하며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타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의 기쁨을 흡수하는 느낌이었다.
평일엔 한가해서 풍경도 둘러보고 그 많던 놀이기구들이 아무도 없이 조용히 놓여 있는 모습이 낯설고도 신기했다.
10일쯤 지났을까..?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기계를 작동하고 있었다.
그때,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무리가 다가왔다.
모두가 하하 호호 웃고 있었지만 그들 중 가장 덩치가 컸던 한 남성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표정이 굳고 말이 없어졌다.
분명 그는 멀리서 다가올 때 일행들과 담배를 피우며 웃으며 다가왔는데 말이었다.
놀이기구에 탄 이들은 모두 환하게 웃었지만 그만은 끝까지 굳은 얼굴로 있었다. 표정 하나 없이, 몸만 기계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탑승이 끝나자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척 애써 무심한 척하며 빠르게 그 자리를 떴다.
일이 끝나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나는 무의식적으로 여러 생각이 혼잡해있었다.
그와의 눈 마주침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겨우 5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어느덧 나는 과거 기억에 빠져있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종종 나에게 시비를 걸던 ㅎㅇ이었다. 나는 그를 처음 봤을 때 몰라봤지만 그는 나를 단번에 알아본 것이었다.
내가 말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꾸며 사실처럼 떠들던 장면..
화장실에서 장난이라며 발길질하던 그의 표정..
물 떠 오라고 시키며 비웃던 표정..
그와의 눈 마주침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겨우 5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버스 안 나는 과거 기억에 빠져있었다.
"그는 자신이 나한테 한 행동들과 언행들을 기억할까?"
"내가 그를 단번에 알아보고 말을 걸었으면 어떤 결과였을까?"
라며 나 스스로에 말을 걸었지만 이미 시간은 지나간 뒤였다.
나는 그를 잊지 않았고 그도 나를 잊지 않았었다.
그래서 기억에서 도망치지 않기 위해 이 글을 남긴다.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