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에서 병장까지
아들은 가끔 일과 후 전화를 통화하면 “어제 연등 하느라 오늘 하루 피곤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냥 부대 훈련의 일종으로 알았다. 내가 아는 ‘연등’이라는 단어는 대개 불교나 사찰에서 사용하는 용어였기 때문에 조금 의아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연등’은 부대에서 취침 시간인 오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허락을 받아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전등 켜는 시간을 연장한다고 해서 ‘연등’이라는 것이다.
최근 부대에 학습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다 보니 도서관에서 수능,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사이버지식정보방’이라는 곳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한다고 한다.
내가 군대 생활을 할 때는 취침 점호 후에는 고참(선임)들이 내무반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일 이외에는 모두가 잠자리에 들어야 했는데, 요즘은 점호 후에 연등이라는 자기 계발 시간이 있어서 신기하게 보였다.
군대에서 자기 계발을 한다는 개념이 없던 시절 음어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해서 틈틈이 공부한 적이 있다. 몰래 화장실에 가서, 불침번 근무 시간에, 산 정상에 있는 OP로 보초(경계근무)를 하기 위해 산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 작은 종이에 음어 숫자를 적어 음어 자판을 암기하던 군 생활이 생각난다.
아들이 훈련기간을 제외하고 매일 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고 들으니 군이라는 특수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대견하면서도 건강이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래도 모두가 잠든 시간에 꿈을 위해 달려가는 아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