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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달리는 군인 아들

이등병에서 병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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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뀌었다. 부대기를 들고 맨 앞줄에서 힘차게 달리는 아들의 구보 사진을 보았다. 어찌나 달리는 모습이 시원스럽게 보이던지 어떠한 사진보다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부대기를 들고 달리는 김병장의 카톡 프사 사진을 보고 나도 군 복무 중 철모에 총을 들고 달리던 때가 생각났다.

그 당시에도 매주 수요일 전투 체력 시간이 있었다. 전투 체력 시간에는 축구· 족구도 할 때도 있지만 8km 구보 시간도 있었다. 우렁찬 목소리로 군가를 부르면서 아스팔트 길을 달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한참을 달리다 보면 반환점이 눈에 들어온다. 반갑기도 하지만 달려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하게 느껴진다. 출발점이 가까워지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어서 달리는 시간이 끝나기를 수없이 외치곤 하였다.


그 당시에는 왜 그리도 편두통이 심했는지 꾀병처럼 머리가 ‘지끈 지끈’ 쑤셔왔다. 머리에 쓴 철모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머리 한쪽이 쑤시는 고통이 무한정 반복되던 진통 시간은 구보 8km 내내 내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때의 힘든 구보 시간과 한적한 강원도 마을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그 당시 함께 뛰었던 중대원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가끔 생각나곤 한다.


이제 아들은 전역하여 부대기를 들고 달리지는 못하겠지만, 사진 속 국방색 반팔 티셔츠 입고 뜀걸음 하던 때를 생각하며 계속 달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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