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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열공 중

피아노 배우기

어릴 적부터 피아노 치는 친구들이 무척이나 훌륭하고 아름다워 보였다면 좀 과장일까?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는 돈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아끼는 사람이었다.

지금 내가 부모가 되어 생각해 보면 배우고 싶다는 거 하나쯤은 자식을 위해 허락해 줬을 법도 한데, 아버지는 절대 피아노 학원에 다니라고 학원비를 척하니 내놓으실만한 분이 절대 아니셨다(우리 아버지는 구두쇠였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미 그러한 부분을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을 열어서 조르는 행동조차 아예 하지 않았다. 뭐 졸라봐야 안될게 뻔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학창 시절 내내 음악실기는 리코더가 대신하였고, 내 마음속에서 피아노는 아주 신성한 영물로 여겨지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내가 큰 수술을 받고 다시 살아난 이후 내 마음속에는 내가 살면서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나,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갈망이 생기기 시작하였는데 그중에 하나가 피아노 배우기였다.

하지만 두 아이들의 사교육비와 여러 가지 내외 사정들 때문에 그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두 어달 전부터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되었는데, 집 근처에 성인 피아노 수강과정이 일주일에 한 번, 30분 수업, 단 연습은 초등생들 수업시간 외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반 설레임반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피아노 수업이^^


그런데 .... 재미있다. 피아노 수업이...

아! 이제야 진정한 내 적성을 찾았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뭘 배워 보겠다고 며칠 동안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다 흥미가 떨어져서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오곤 하는 나를 바라보며 남편은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나랑 안맞는것 같아 그만 뒀어"

금방 그만두고 들어온게 민망해서 변명하는 나에게, 항상 남편은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과정이야! 실망 하지마! 다른걸 다시 찾아봐! 자기가 좋아하는걸 평생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이렇게 위로해 주곤 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켈리그라피를 그만두고 호기롭게 들어온 나에게 남편이 처음으로, 진심으로 부르짖었다.

"뭘 하나 진득하게 하는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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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수업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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