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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함께 하는 삶

냉장고와 TV가 고장 났다

아침부터 핸드폰에 "***어머니"라고 뜬다.

시어머니다.

출근길에 어머니의 긴통화를 마주할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그렇다. 우리 시어머니는 한번 전화를 하면 끊지를 않으신다.

별내용이 없는데도 아주 길~~~~~~~게 전화를 하신다.

일단 한숨을 길게 한 번 쉬어주고 전화를 받는다.


냉장고에서 물이 줄줄 새고 소리 또한 예사롭지 않다는 소식이다.

일단 A/S를 신청해 두겠다 말씀 드리고 출근을 서두른다.

요즘 대기업A/S나 공공기관, 혹은 휴대폰문의 등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 곳 어디나

옛날처럼 상담원이 바로 전화를 받는 곳은 없다.

ARS로 연결되거나 챗봇상담등 우리가 전화를 시도 하여도 여러번의 단계를 통과하고 기다려야 상담사와 연결되어 비로소 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어르신들이 통화를 무서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이러한 통화를 여러번 시도하다 어지럽고 울렁거리고 토할거 같아서 전화통화를 포기하고 드러누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일이 있을때마다 나에게 도움을 청하시곤 한다.


결혼하고 몇 십년 동안은 내가 어머니에게 물어 보아야 할 것 투성이였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는 입장이 많이 바뀐거 같다.

어머니는 이제 나에게 물어 보시는것이 더 많아지셨다.

훗날 나도 어머니만큼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되겠지...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앞에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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