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 「김두환 지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홍성 내 고향 옆 동네에는
우리 가족이 사는 초가삼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기와집을
부러움의 눈으로 신비롭게 바라보았다
백야 김좌진 장군이 집이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쯤인 것 같다
친구들과 하굣길에 지프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한길을 지나갈 때
코찡찡이들은 뒤를 따라 마구 쫓아 달렸다
시골에서는 보기 힘든 지프였다
갑자기 차가 후진하더니 나만 골라 태웠다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는 부러워 차 뒤를 쫓고
왜 나만 찍어서 태웠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퉁퉁하지만 키는 별로 크지 않은 신사
무뚝뚝한 쉰 목소리의 그 아저씨는
고향에 돌아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2등으로 낙선한 김두환 주먹왕이었다
-전민 「김두환 지프」
공간적 구조는 그 집단이 세계를 재현하는 방식을 구성할 뿐 아니라 집단 그 자체를 재현한다.(정헌목 2013, Bourdieu 1977) 이처럼 공간에 의미가 부여하면 장소가 되는데, 이는 구체적인 사물과 대상이 함께 존재하는 물리적인 기반이 된다. ‘공간은 고정되고 죽고 정지된 것’이라는 푸코의 말과 달리 오감을 통해 경험하는 공간에서 한걸음 나아간 의미로서의 장소에서 우리는 현실과 유추적 관계를 지닌 채 살아가며 이에서 삶의 총체적 의식을 형성하는 매개가 된다. 특히 문학 작품 내에서 드러나는 장소의 의미는 단지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어떤 장소에 존재하며 그 장소는 자신이 속한 가치관과 융합되는 한편, 작품에서는 특정한 구체적 정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장소를 선호하느냐에 따라서 그에 적합한 문화도 함께 받아들이는 한편 그러한 특성들이 모여 객인의 정체성은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
시에서 화자는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김좌진 장군이 살던 집과 마을 주변에서 김두한의 지프를 탄 일화에 대해 언급한다. 이는 기억의 기능을 통해 선별적으로 추려 좋은 것만 남기려 한 긍정적인 의미를 띤 것으로 보인다. 추억은 기억하려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늘 아름답고 좋은 기억만 남기기도 하고 나쁜 기억만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좋은 기억으로 떠올리려는 의도는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지니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에서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려 위로 받으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점도 없지 않다. 화자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과거의 기억 속의 사실을 떠올린다 다른 아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유독 화자만을 차를 태운 사실적 기억은 어린 시절의 특별하고도 기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자신이 다른 친구들과 다른 대우를 받았던 상황인데, 이는 김두한 장군의 손을 잡고 그의 차를 타고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기억을 떠올린 점이다. 당시의 상황에서 느꼈을 우월감은 현재의 상황에서 떠올려 봐도 자신이 선택된 이유는 정말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힘든 삶에서 가끔은 이유를 모르는 행운의 손이 선뜻 다가온 그 순간과 같은 따뜻한 위로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추억 속의 작은 장소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다시 현실의 삶으로 다가서는 용기를 갖기도 한다